非明 “70년대생으로 리더십 교체” 親明 “李 전대출마 차단 노림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4일 03시 00분


민주 계파 갈등 ‘세대교체론’ 번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1970년대생 중심의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당 쇄신을 위해 젊은 리더십을 꾸리자는 취지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비명(반이재명) 성향 의원들이 이재명 의원의 8월 전당대회 출마를 막기 위해 세대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70년대생으로 재편해야”
이원욱 의원
이원욱 의원
6·1지방선거 이후 줄곧 이 의원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 온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전대를 1970년대생 의원으로 재편해야 당의 혁신과 쇄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70년대생 의원들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면 민주당은 역동성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조응천 의원도 같은 날 YTN 라디오에서 “이광재 전 의원이 어제(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명, 전해철, 홍영표 의원은 (전당대회) 나오지 말라고 한 것에 100% 공감한다”며 “세대교체도 해야 하고 이미지 쇄신도 해야 된다”고 가세했다.

민주당 내에서 ‘70년대생 역할론’이 본격 수면 위로 올라온 건 9일 열린 재선 의원 간담회 때부터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재선 의원들은 “당이 새로운 혁신·쇄신을 하고 면모를 일신하는 데 70, 80년대생 의원들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그 방법 중 하나로 통합형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제안했다. 현재 재선 의원들 중에선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전재수 의원 등이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그룹’으로 분류된다.

97그룹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한 70년대생 재선 의원은 “단체 채팅방을 통해 활발하게 의견 조율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14일과 15일 각각 비공개 간담회와 공개 토론회를 계획 중”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70년대생 재선 모임이 주도하는 세대교체론이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 세대교체 명분 싸움으로 번지는 계파 갈등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 내에서는 이 같은 세대교체론 요구가 사실상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막기 위한 비명 성향 의원들의 노림수라는 분석이 많다.

한 재선 의원은 “이 의원이 사실상 현재 가장 유력한 당권 주자인 상황에서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세대교체론이 누굴 겨냥하고 있는지는 안 봐도 뻔하지 않냐”고 했다. 한 친문(친문재인) 중진 의원은 “홍 의원이나 전 의원 모두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는다면 나도 나오지 않겠다’고 주변에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결국 당내 세대교체 요구의 열쇠는 이 의원이 쥐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정면 대응보다는 상황을 지켜보자는 태도지만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지금은 실험적인 리더십보다는 실제로 당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 검증된 리더십이 필요한 때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의원 측근으로 꼽히는 한 야권 인사는 “세대교체론 요구는 선당후사(先黨後私)가 아닌 선사후당(先私後黨)에서 나오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2년 뒤 총선에서의 공천을 염두에 둔 밥그릇 싸움에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 속도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친명 대 비명 간 계파 갈등이 세대교체론으로 번진 가운데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전당대회준비위원장과 선거관리위원장에 각각 4선 안규백 의원과 3선 도종환 의원을 위촉했다. 안 의원은 민주당 내 정세균계 좌장으로 꼽히며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 의원은 친문으로 분류된다. 민주당 비대위 관계자는 “두 중진 의원 모두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의원으로 꼽히는 만큼 우선은 계파 간 큰 반발이 없는 분위기”라며 “향후 전준위원과 선관위원 구성에도 시비가 없도록 인선할 것”이라고 했다.

#계파갈등#세대교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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