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무단 가동” 의혹에…통일부 “재산 침해 용납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9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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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2021/04/14 동아일보 DB
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2021/04/14 동아일보 DB
북한이 폐쇄된 개성공단에 있는 한국 공장들의 설비를 무단으로 가동해 학생 교복 등을 생산하고 있다는 주장이 8일 나왔다. 통일부는 “우리 국민의 재산에 대한 일방적인 침해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진상 파악을 요구하며 “현지 점검을 위해 개성공단 방문을 요청 하겠다”고 했다. 북측은 개성공단 사용에 대한 우리 측 설명 요구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교복 생산에 남측 설비 이용”
자유아시아방송(RFA)는 황해북도의 간부 소식통을 인용해 “황해북도 학생들의 교복 생산을 위해 (중앙에서) 개성공단 설비를 이용하도록 특별히 조치를 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달 말까지 학생들의 여름 교복 생산을 끝내고 김정은의 선물로 교복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황해북도 도 내 자리한 다른 피복공장이 설비의 노후화로 가동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고존엄(김정은)이 여러 차례 현지지도를 진행한 사적지라서 학생들에게 제 때에 교복을 선물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공단 설비 가동 이유를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0년 8, 9월 홍수 피해가 심각했던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에 두 번이나 방문해 현장을 시찰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직접 차를 운전해 일대를 시찰하고 이 지역 주민들에게 “국무위원장 전략 예비분 물자를 보장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식량을 내어주며 ‘애민 정신’을 과시한 지역이기 때문에 교복 등 생활 물자가 차질 없이 보급돼야 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2014년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한 뒤 북한이 우리 측 설비를 무단으로 가동하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최근엔 그 구체적인 징후가 여럿 포착됐다.

4월 21일 개성공단 내에 불이 났다가 1시간 만에 진화된 사건이 있었다. 북한이 자체 발전 설비를 이용해 공단 시설을 이용하다가 실수로 불이 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통일부는 “개성공업지구 내 미상 차량 움직임을 포착했다”며 북측에 화재 원인과 개성공단 무단사용 관련 설명을 두 차례 요청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미국 플래닛랩스는 5월 초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개성공단 내 가방, 신발 생산 지구 인근에서 버스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본체가 파란색이고 지붕 일부는 하얀색인 이 버스는 과거 현대자동차가 북측 근로자들을 위해 제공한 통근 버스로 추측된다. 미국의소리방송(VOA)은 “이 버스들이 개성공단 내 같은 장소에 주차를 반복하는 듯하다”며 “북한이 (개성공단)공장을 계속 이용하고 있다는 정황”이라고 전했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RFA에 “교복을 만드는 재봉공(봉제공)들로는 개성공단에서 일했던 개성주민들이 동원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2017년에도 개성공단 내 한국 의류공장을 무단으로 가동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국가정보원은 당시 국회 정보위에서 개성공단 일부가 재가동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한국전력이 전기공급을 차단했지만 공단 내에 자체 발전 시설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상황이다.
●통일부 “재산 침해 용납 못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련한 사실관계를 지속 파악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국민의 재산에 대한 일방적 침해는 남북 간 관련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은 진위 파악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측의 설비 가동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큰 문제”라면서 “정부로부터 상황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개성공단 내 우리 측 자산을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북측에 협조 공문을 보내달라고 통일부 장관에게 요청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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