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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尹정부, 글로벌 한미동맹 의지 커… 中눈치보는 외교 성공 못해”

입력 2022-05-28 03:00업데이트 2022-05-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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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평화재단]‘바이든 순방 이후 동북아 안보’ 전문가 좌담회
안호영 북한대학원대 총장
박철희 서울대 교수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한국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에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반발하는 등 한반도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다. 화정평화재단이 2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좌담회에서 박철희 서울대 교수,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왼쪽부터)이 토론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미 정상회담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순방에 대한 불만으로 북한은 장단거리 탄도미사일 세 발을 발사했다.

중-러 전투기는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침범하며 반발했다.

동아일보 산하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은 25일 바이든 대통령 순방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달라진 안보 환경을 분석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좌담에는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전 주미대사), 박철희 서울대 교수(국제학연구소 소장),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진행은 구자룡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이 맡았다.》



○ 도발하는 북한, 원칙적 대응이 답
―윤석열 정부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로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했다. 핵과 미사일 무력을 강화하는 북한에는 핵을 포함한 공동 대응을 발표했다. 북한과 중-러는 예상한 것처럼 즉각 불만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안: 태영호 의원 얘기를 들어 보면 1990년대 남북 대화가 활성화됐을 때 북한 외교부 내에서는 냉전이 끝났으니 살길은 남북 간 관계 진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1993년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모두 중단했다. 그 후 북한은 제네바 회담, 6자 회담 등 무슨 회담을 하든 뒤에서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진했다.

박: 북한과 중-러의 도발은 한미일 협력과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질서가 강화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형세는 힘을 사용해 국제 질서를 변경하려는 세력과 룰과 가치에 기반해 국제 질서를 지키는 세력의 상호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후자를 선택했음을 대외적으로 밝혔다.

우: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에 어떤 반응을 했다고 우리의 원칙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북한을 끌어내기 위해 원하는 것을 줘야 된다고 정책이 바뀌면 처음 이루려고 했던 장기적인 목표를 이룰 수가 없다.
○ ‘글로벌 동맹’, 위상 높아져 외연 확장 당연
―윤석열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의 핵심 키워드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선언했다.

박: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에는 4가지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에서 뒤틀리고 약화됐던 동맹의 정상화다. 두 번째는 동맹 강화다. 가시적인 조치로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연합훈련 재개, 전략자산 필요 시 적시 전개 등이 제시됐다. 세 번째는 동맹 확대, 즉 군사 안보뿐 아니고 경제 안보, 기술 안보 등으로의 외연 확장이다. 마지막은 동맹의 심화다. 아태 지역이나 글로벌 문제도 미국과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글로벌’이 새로운 것이고 중요하다. 한미 동맹의 역할이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것 이상으로 확대되면 부담을 키워 동맹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국력이 커질수록 동맹의 외연은 확장될 수밖에 없다.

우: ‘포괄적 전략동맹’은 2009년 이명박-오바마 대통령 때 처음 나왔지만 이번에 주목받는 것은 양국 정상 모두 실행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동맹을 한반도 내 역할로 국한시켜 한국의 위치를 과소평가했다.

안: 호주 수도 캔버라의 전쟁박물관 입구에는 ‘평화를 희망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구절이 있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있는 호주는 안보 위협을 직접 당하지 않으면서도 1, 2차 세계대전, 이라크전쟁에 참여해 책임을 다했다.
○ 한미 ‘행동하는 동맹’이 동맹의 정상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북 위협 대응 확장억제에 ‘핵’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갔다.

우: ‘핵 능력과 재래식 능력을 포함한 모든 가용한 자원을 동원해서’라는 표현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번에 주목할 만한 것은 전략자산을 적시에 전개해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양국 정상이 의견 일치를 봤다는 것이다. 전략자산이 매번 한국에 오지 않아도 북한에 전달하는 메시지의 강도가 상당하다.

안: 지난 5년간은 사실 정상적인 동맹이 아니었다. 문 정부에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대선 때 트럼프의 말을 듣고 대통령이 되면 동맹국들이 어려움에 처하겠구나 생각했는데 현실이 됐다. 핵 확장 억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신뢰다. 정상 간이나 워킹 레벨의 신뢰도 중요하지만 양국 국민 간 신뢰도 중요하고 확장억제의 가장 큰 담보가 된다.

―김성한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행동하는 한미 동맹’을 강조했다. 연합방위 약속과 실행 의지를 보여주지만 북한의 반발도 커지지 않겠나.

우: 북한은 작년 1월 당 대회 때 국방력 강화를 김정은이 언급한 뒤 줄곧 미사일을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에도 미사일을 연이어 쐈다. 새 정부의 어떤 원칙적인 대북 정책에 자극을 받아서 북한이 도발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박: 북한의 전략이 한국 정부의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으면 오히려 좋겠다. 북한은 일관되게 핵무장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안: ‘행동하는 한미 동맹’이라고 했는데 지난 몇 년 동안은 행동을 안 했다. 작년 5월 한미 공동성명을 보고 문재인 정부가 이런 합의를 할 수 있나 깜짝 놀랐는데 문제는 후속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이다.
○ 尹-바이든, 변화된 北에 현실적 대응
―바이든은 김정은이 진정성 있게 나오면 만나겠다고 했다. 바이든의 대북한 태도 등을 두고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를 닮았다고 했다.

우: 바이든의 대북 정책을 ‘전략적 인내’라고 부르는 의도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한미가 뭔가를 제공해야 북한이 반응을 할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바이든의 접근을 전략적 인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부정적인 의미로만 볼 것은 아니다. 2016년 이후 대북 제재가 촘촘해져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되고 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전략적 인내’는 사실은 ‘비전략적인 무시’라는 의미였다. 윤 대통령은 대화에 대한 기본 입장은 바뀌지 않지만 정상회담을 (비핵화 해결의) 입구로 쓰지는 않을 것이다.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의지와 구체적인 행동 없이 말만 계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 ‘지속 불가능’
―한국은 안보는 쿼드(Quad·미국 인도 호주 일본 4개국 협의체), 경제는 IPEF라는 두 날개의 대중 포위 견제전선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중국에서는 ‘미국의 앞잡이가 되지 말라’ ‘중국 배제는 발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안: 중국의 반발 때문에 IPEF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한국이 미중 관계에서 지난 5년간 전략적 모호성을 취했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먼저 미국이 한국에 배신감을 얘기한다. 트럼프 시절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는 “미중 사이의 선택이라면 한국은 이미 1970년대에 했다”고 했다. 미 의원들 중에는 저울질하는 한국을 보고 이러려고 한국전쟁에 참전했냐고 한다. 중국도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한국을 약한 고리로 여긴다. 조금 건드리면 한미 관계를 와해시킬 수 있다는 잘못된 희망을 준다.

김대중 대통령은 ‘일맹삼호(一盟三好)라고 했다. 한국에 하나(미국)의 동맹과 주변의 3개 우호 국가(중국 러시아 일본) 모두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중국이 우리에게 분에 넘치는 훈수를 해서는 안 된다.

박: 윤 대통령의 외교 안보 캐치프레이즈가 ‘튼튼한 안보, 당당한 외교’다. 중국의 강압에 굴복하는 외교는 성공할 수 없다. 국내에서 ‘중국이나 북한이 이렇게 나올 것이다’ 하고 미리 조심하려는 경향이 있다. 일본말로 ‘손타쿠(忖度)’라고 한다. 국익에 맞고 주권적인 판단이라면 상대방이 안 받더라도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 정부의 IPEF 가입 결정은 우리 이익에 맞느냐가 일차적으로 중요하지 중국을 고려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문재인 정부 때는 부차적인 요소를 먼저 고려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의사 결정이 있었다.

박: 우리가 ‘룰 테이커’가 될 거냐 ‘룰 메이커’가 될 거냐의 문제다. 시작 단계에 한국을 빨리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역량과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역할을 하라고 문을 열어줬는데 옆 나라가 겁나서 못 들어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대만해협 안정, 원칙적인 입장일 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동 성명에서 대만을 언급하면서 ‘아태 지역 안보 핵심’이라고 했다. 자유, 인권,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 등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 공동성명 어디에도 중국을 직접 언급한 적이 없다. ‘대만해협의 안정’이란 표현은 작년 4월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했던 미국의 한 싱크탱크 연설에 거의 똑같은 문장이 있다. 지역 내 인권 문제나 대만해협의 안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이다. 그런 표현을 정상회담 선언문에 못 담을 이유가 없다.

박: 나는 거꾸로 중국에 묻고 싶다. 그럼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냐. 우리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대만을 한국이 군사적으로 도와주겠다는 것도 아니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는 한국에 중요한 항로다. 원유의 90%가 여기로 오고 수출의 30∼40%가 지나간다.

―바이든은 일본에서 “대만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군사 개입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을 어느 정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나.

안: 바이든의 말실수를 ‘개프(gaffe)’라고 하는데 이번 말실수는 가장 논리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국방부는 (하나의 중국)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다. 미국 언론은 바이든과 국방부가 각각 배드 캅(나쁜 경찰), 굿 캅(좋은 경찰) 역할을 분담한 것이라고 했다. 외교를 오래 해 온 바이든 대통령이 말실수를 가장해 내심을 던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 한국 대미 수출은 6위, 투자는 13위
―바이든 순방을 즈음해 현대자동차와 삼성이 미국에 거액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안보를 제공하고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것인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이 선물을 챙겨 간 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

우: 기업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니까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라고 부각됐지만 사실 미국과의 교역 규모에 비해 투자는 크지 않다. 미국에 대한 투자국 중 한국은 일본 유럽 등에 이어 13위다.

박: 글로벌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서 미국이 효용성이 높은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요즘 강조되는 경제안보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 기업 투자는 상당 부분 첨단 기술 분야로 미국에서는 보안이 유지되고 현지 연구개발과 시너지가 높은 반면 중국에 가면 첨단 기술을 뺏기거나, 기술이 유출되거나 따라잡힐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 “한일 관계 개선, 더 미룰 수 없는 과제”
―한미 정상회담과 미일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공통적으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이 포함됐다.


박:
박진 외교부 장관과 같이 미국에 정책협의단으로 갔을 때 주요 정책 결정자들은 줄곧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위협, 중국의 공세적인 외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 불안한 상황에서 가치를 같이하는 한미일이 한편에 서서 힘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국가들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의 안보에 제일 도움이 되는 게 한미일 협력이다. 북한이 오판해서 유사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미일이 협력하지 않고서는 한국의 안보를 지킬 수가 없다.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강화되는 것을 중국은 ‘아시아판 나토’라고 비판한다.

박: 중국은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런 것은 가만히 두고 한국이 방어 기제를 강화하는 것에 불평을 해서는 안 된다. 한일 관계 개선의 장애 요인으로 일본의 우경화가 언급되기도 하는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오래 봐왔기 때문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이번에 가서 만났을 때 “한일 관계 개선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일본 내에서 상당히 정치적인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더 이상 미룰 과제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리=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정리=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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