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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직접 5분간 ‘작심 신문’ 나선 유동규 “많은 시간 견뎌왔다”[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②]

입력 2022-01-22 12:00업데이트 2022-01-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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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대장동 사업 담당’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 증인 출석
검찰-피고인측 예상시간 훌쩍 넘겨 이틀 간 치열한 공방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동아일보 DB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이달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본격적인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앞으로 매주 진행된 재판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저는 그동안 모든 사실을 재판에서 밝히겠다고 누차 밝혀왔고, 관련해서 언론 등과 접촉 없이 많은 시간을 견뎌왔습니다.”

1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재판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는 증인으로 출석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2팀장 한모 씨에 대해 직접 반대신문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며 이렇게 말했다.

재판장의 허락을 얻어 마이크 앞에 앉은 유 전 직무대리는 작심한 듯 빠르게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제가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그만두는데 관여했다는 얘기를 직접 들은 적이 있느냐”는 등 그 내용이 대부분 질문이라기보다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변론에 가까웠다.

이에 재판부는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을 하라. 그렇게 질문하면 제한할 수밖에 없다”며 주의를 줬다. 그럼에도 유 전 직무대리가 “2015년 2월 대장동 담당 부서가 개발사업2팀에서 1팀으로 바뀌었다. 제가 고성을 지르거나 해서 바뀌었다는 이야기 들은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재판장은 “거기까지”라며 질문을 가로막았다.

유 전 직무대리는 억울하고 미련이 남는 듯 “아니” “재판장님 한 가지만” “이게 첫 번째 악마화의 시작이기 때문에…”라며 거듭된 재판부의 제지에도 질문을 이어가려고 했다. 재판부가 “재판장의 소송 지휘에 따르라. 그런 부분은 변론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마무리를 지으면서 유 전 직무대리의 ‘작심 신문’은 불과 5분 만에 끝났다.

●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경위 따져 물은 檢
17일, 21일 각각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2차, 3차 공판에는 2013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해 지금까지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를 담당해온 한 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 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예상된 시간을 넘겨 21일 오후 늦게까지 이틀간 이어졌다. 한 씨는 지난해 검찰에 10여 차례 출석해 이른바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경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한 씨는 2015년 5월 27일 오전 10시 29분경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과 경영지원팀에 ‘사업협약 수정안 검토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그런데 한 씨는 오전에 보낸 공문에 대한 회신을 받기도 전에 같은 날 오후 5시 31분경 ‘사업협약 재수정안 검토 요청’ 공문을 다시 발송했다. 수정안에 포함됐던 “민간사업자가 제시하는 분양가를 상회해 생기는 추가이익금은 지분율에 따라 별도 배분한다”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재수정안에서는 빠졌다.

한 씨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경위를 묻는 질문에 “그 당시에 수정안에 대한 검토요청을 보내고 회신되기 전에 재수정안을 보낸 건 정확하진 않지만 지시를 받아서 올리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이와 관련해 회의가 있었을 거란 언급도 했다. 다만 회의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 회의가 실제로 열렸는지는 불명확하다고 했다. 회의록 양식을 오후 2시에 자신이 최종 수정한 기록이 있어 그렇게 추측한다는 취지다.

검찰은 한 씨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지난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협상의 주요 쟁점 및 검토사항’ 문건도 공개했다. 검찰은 2015년 5월 성남의 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작성된 이 문건이 초과이익 환수 조항의 필요성을 사업협약서 체결 이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에서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며, 이러한 인식이 이후 사업협약 수정안에서 구체화됐다고 본다.

해당 문건에는 평당 택지 분양가가 민간사업자 측 예상액인 1400만 원보다 높은 1470만 원으로 오를 경우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사업자 간 수익 배분이 4대 6 정도이고, 1540만 원까지 분양가가 오르면 3대 7 수준이 된다는 구체적 분석이 담겼다. 또 “평당 택지 분양가가 상승할 경우 공사의 이익은 변동이 없으므로 대책을 강구” “민간사업자가 지나친 이익을 받을 경우 책임과 비난은 공사가 부담해야 할 것임” 등의 문구도 적혔다. 다만 한 씨는 해당 문건을 직접 보거나 검토한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또 검찰은 사업협약서 재수정안과 최종 사업협약서에서 빠진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삽입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에도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모지침서 38조 1항은 “공사와 민간사업자는 사업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상호 협의를 통해 사업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그 대상으로 “사업이익과 배분” 등을 포함시켰다.

이를 종합하면 검찰의 논리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당시 필요성이 인식됐던 것은 물론이고 이를 사업협약서에 넣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대장동 5인방’이 이를 부당하게 사업협약서에서 제외시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 “2013년에 유동규 사무실에서 정영학 만났다”
유 전 직무대리가 2015년 민관합동 방식의 대장동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전부터 옛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PFV)의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등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은 정황도 드러났다.

한 씨는 “2013년 12월 유 전 직무대리의 사무실에서 정 회계사 등 민간사업자들을 만나 대장동 사업제안서를 받고 설명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정 회계사에게 전달받은 사업제안서가 △환지 방식 기반 △제1공단과 대장동을 분리해 개발 △대장동의 체비지를 용도 변경해 그 수익을 제1공단 공원 조성비로 사용 등의 내용을 담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는 당시 성남시가 환지가 아닌 수용 방식을 기반으로 제1공단과 대장동의 결합개발을 추진했던 것과는 다르다.

한 씨는 “도시개발법상 체비지(替費地)는 해당 사업의 사업비 마련을 위한 용도로 활용이 되는데 제1공단이라는 다른 사업의 사업비를 위해서 용도변경을 하는 것 자체가 특혜의 소지가 많고 그런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정 회계사의 제안서는 실현가능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당시 성남시 실무진의 반응도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한 씨는 그럼에도 2013년 12월 유 전 직무대리 등이 성남시를 찾아가 이 내용을 직접 건의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듬해 1월 9일 작성된 성남시의 ‘대장동·제1공단 결합개발 추진계획 보고서’에서 시행 방식(환지 또는 수용)이 “사업자 지정시 추후 결정”하는 것으로 바뀐 점에 주목했다. 검찰은 “성남시가 수용 방식으로 공고하려고 하다가 성남도개공의 건의를 받고 급하게 추후 지정으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대장동 개발을 환지 방식으로 진행하면 토지 소유권을 보유한 민간사업자들이 조성된 땅을 환지로 받을 수 있지만 수용 방식으로 진행하면 기존 토지에 대한 권리가 소멸하느냐”고 한 씨에게 질문했다. 결국 유 전 직무대리가 당시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등 민간사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는 취지다. 앞서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2013년 4~8월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등으로부터 3억5200만 원의 뇌물을 받는 등 사업 초기부터 깊게 유착해 있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에 대해 유 전 직무대리는 직접 반대신문에 나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되고 민간이 요구하는 환지가 이뤄지지 않지 않았느냐”, “제가 (정말로) 환지로 하기로 약속하고 돈을 받았다면 조금 더 강하게 환지를 하자고 요구할 수 있지 않았겠냐”며 반발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또 한 씨에게 “여기 피고인들(정 회계사 등)이 (제가) 협력하지 않았으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도왔겠느냐”고 물으며 당시 정 회계사 등 기존 민간사업자와의 관계가 ‘부정한 유착’이 아닌 ‘정상적인 협력’이었다는 뜻도 비쳤다.

● “특혜 아니었다” 강변한 김만배 측
김만배(왼쪽)과 정영학(오른쪽). 동아일보 DB
“사업 참여자들이 특혜를 받는 구조인 걸 알았다면 당연히 문제제기를 했을 텐데 당시엔 몰랐다고 검찰에서 진술하셨죠. 증인이 말한 특혜가 뭡니까?”

한 씨에 대한 반대신문에 나선 김만배 씨 측 변호인은 한 씨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특혜’를 거론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한 씨는 “2013년에 제안을 했던 사업자(정 회계사)가 (대장동 사업에 특전금전신탁을 통한 투자자로) 들어왔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말씀을 드린 부분”이라면서도 “들어온 것만으로 특혜라고 할 수는 없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에 김 씨 측이 “그럼 뭐가 특혜라는 거냐” “그게 왜 특혜냐”며 한 씨를 몰아붙이자 재판장이 “너무 다그치지 말고 들어보라”며 개입하기도 했다. 검찰도 “증인을 협박하는 신문 방식”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한 씨는 “그 때 당시 특정금전신탁의 실질소유자를 몰랐고 두 사업자(정 회계사, 남 변호사)가 들어온 것을 몰랐기 때문에 그게 특혜가 아닌가 생각한다는 것이지 다른 건 없느냐”는 김 씨 측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피고인 측 반대신문은 민간사업자가 ‘부당한 특혜’를 받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데 집중됐다. 유 전 직무대리 측 변호인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제1공단 공원화라는 확정적 이득을 얻게 되면 리스크를 감당하는 민간사업자에게 어느 정도 이익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검찰이 성남의 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 위해 정민용 변호사 등이 참여한 ‘편파 심사’가 진행됐다고 보는 데 대해서는 “증인이 공사 내부 심의위원을 정 변호사와 김문기 당시 개발사업1팀장으로 하라는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받은 적이 있냐”고 묻자 한 씨는 “그런 적 없다”고 했다.

김 씨 측은 사업협약에 앞서 작성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에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이익은 제시한 1차, 2차 이익배분에 한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애초에 들어갈 수 없는 조항이었다며 검찰과 상반된 주장을 폈다.

4차 공판은 24일 열린다. 이날 재판에는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2팀장으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작성과 심의 과정에서 “택지 조성까지 최소 1, 2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이후 경제상황을 알 수 없어 (성남도시개발공사 몫으로) ‘플러스알파’ 검토를 요한다”는 등의 의견을 냈던 이현철 씨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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