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사퇴에도… 이준석 “선대위 모든 직책 내려놓겠다” 못박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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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울산회동’ 18일만에 내분 재점화

조수진, 당대표실서 기다렸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위쪽 사진)가 21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이 대표와 갈등을 빚은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이 이날 이 대표의 회견 직후 당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수진, 당대표실서 기다렸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위쪽 사진)가 21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이 대표와 갈등을 빚은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이 이날 이 대표의 회견 직후 당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1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해야 할 당무는 성실하게 하겠다”면서도 상임선대위원장직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선 후보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께서 ‘이 문제는 나한테 맡겨 달라’고 했다”며 이 대표의 거취 문제를 일임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론 “윤 후보 말만 따르겠다”던 조수진 중앙선대위 공보단장과의 공개 설전이 ‘폭탄선언’의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이 대표의 전격적인 선대위 사퇴는 비대해진 중앙선대위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어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날 조 단장은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선대위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조 단장의 사퇴에도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핵관(핵심 관계자)들이 그렇게 원하던 대로 선거에서 손을 뗐다. 세대결합론이 사실상 무산됐으니 그에 따라 선거 전략을 준비하면 될 것”이라며 “복어를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고 했지만 복어를 믹서기에 갈아버린 상황이 됐다”고 썼다. 복귀 의사가 없다고 재차 못 박은 것이다.

○ 이준석 “복귀할 생각 없어” 벼랑 끝 전술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대위 구성에 관한 전권은 후보가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홍보미디어총괄본부에서 준비한 것은 승계해서 진행해도 좋고 기획을 모두 폐기해도 좋다. 어떤 미련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선대위 사퇴 결정을 윤 후보와 상의했는지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안 했다. 내 개인적인 거취 판단은 후보와 상의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단장은 후보의 뜻을 따른다고 했는데, 이렇게 사태가 커질 때까지 후보와 상의한 건지, 조 단장에게 후보가 어떤 취지로 명을 내린 것인지 더 궁금해졌다”며 “무한 책임은 후보의 몫이고, 나는 후보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조 단장이 아닌 윤 후보에게 화살을 돌린 것.

이 대표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작심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울산 회동 이후) 일군의 무리에게는 한번 얼렁뚱땅 마무리했으니 앞으로는 자신들 마음대로 하고 다녀도 지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준 모양”이라며 “이때다 싶어 솟아나와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을 보면서 이런 모습이 선거 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와 조 단장을 싸잡아 비판한 윤 후보의 최측근 장제원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장 의원은 이날 “당 대표의 옹졸한 자기정치가 선대위를 얼마나 이기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공보단장이라는 분은 어디서 함부로 후보의 뜻을 팔고 다니느냐”고 썼다.

○ 또다시 시험대 오른 尹 리더십
야당 대표가 선대위에서 빠지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자 시선은 윤 후보의 후속 행보에 쏠리고 있다. 윤 후보는 ‘울산 회동’을 통해 선대위 보이콧을 선언했던 이 대표를 복귀시켰지만 불과 18일 만에 더 격화된 내부 갈등을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선대위를 총괄하는 사람과 후보자 간 원활한 소통이 있어야 한다”며 “선대위가 항공모함에 비유될 정도로 거대하게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있다. 지금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대위 운영에 방해가 되는 인사는 앞으로 과감하게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말도 했다. 이어 CBS 라디오에선 “(조 단장과의 갈등) 내용을 파악 못 하고 ‘민주주의 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는 (윤 후보의) 말이 오히려 이 대표를 자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이 대표 성격상 다시 복귀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조 단장과의 충돌이 계기가 됐지만, 선대위 조직 운영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을 영입하는 시늉만 해놓고 정작 선대위 운영에 전권을 주지 않은 데 대한 불만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국민의힘 이준석#선대위 사퇴#국민의힘 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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