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한반도 안보위협 키운다”…美 대북강경파 연구원 지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9일 1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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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한국이 추진하는 종전선언이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일본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안보 위협을 되레 키울 것이라고 미국 싱크탱크 전문가가 지적하고 나섰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2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종전선언에 관한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한국이 평화 없는 평화 선언을 원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일방적인 종전선언을 밀어붙이면서 미국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서울발 기사들은 바이든의 (외교안보) 팀이 이 연극(charade)에 장단을 맞추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고, 한국의 햇볕정책 지지자들은 한미 양국이 종전선언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무언극(pantomime)과 위장된 돌파구가 한국의 안보를 강화해줄 수 없으며 한반도를 되레 위험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종전선언이 문 대통령은 물론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는 여당이 노리는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면서도 “전쟁이 끝난 것처럼 축하하는 척 하는 것이 한미 동맹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적대 관계를 끝내고 한반도의 평화를 약속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이후에도 북한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감행하고 잇단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행위를 지속해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최근에도 김 위원장이 평화협정을 이야기하기는커녕 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라고 비난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이어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북한의 비핵화라는 국제적 목표는 사실상 폐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상호방위 협정을 맺은 한미 양국이 종전을 축하하는 상황에서 그 어떤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는 또한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운동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국제테러단체와의 거래, 불법적 금융 거래 등을 막기도 어려워진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미국의 ‘제국주의자’들과 한국의 ‘허수아비’들이 만드는 종전선언으로는 김정은을 달랠 수 없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이를 약함의 신호로 보고 더 많은 요구들을 해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전선언문에 서명을 끝내자마자 유엔사는 해체될 운명이고, 한미 동맹은 미국에서 더 많은 검증의 도마에 오르게 될 처지라는 것이다.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의 대북제재를 더 노골적으로 위반하면서 제재 해제를 위한 로비 작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반면 북한의 안보 위협에 홀로 직면한 일본은 미국에 대한 신뢰를 의심하면서 독자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다른 동맹들도 마찬가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공허한 말이 한반도의 평화를 앞당기기 못한다”며 “한반도의 전쟁 위협은 늘 그래왔듯이 북한이 만들고 있으며, 북한은 지금도 한국을 지도상에서 지워버리는데 전념하고 있는 나라”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현재 코로나19와 경제위기로 무기력해 보인다면서도 “종전선언은 김정은 정권이 다시 일어서서 익숙한 ‘협박 시나리오’로 돌아가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워싱턴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대북 제재 유지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북-미 대화 ‘중재자’ 역할론 등에 대해서도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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