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특검 시사한 李 “내가 무슨 문제 있나”… 정면 돌파 의지

허동준 기자 , 광주=윤다빈 기자 , 권오혁 기자 , 장관석 기자 입력 2021-11-11 03:00수정 2021-1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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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부정비리 문제 엄정해야”… 특검 조건부 수용 의사 첫 언급
“尹 대장동 비리 덮은 의혹도 포함을
윤석열, 광주 5·18민주묘지 찾아… 전두환 옹호 논란 “머리 숙여 사과”

李 “수사 미진땐 특검… 尹 “특검 수용 바람직”
대선후보 선출 이후 처음 만난 이재명-윤석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선 후보 선출 뒤 첫 만남이다. 윤 후보가 이날 “우리가 이십몇 년 전에 성남의 법정에서 자주 뵙던 사이다”라고 하자, 이 후보는 “저는 기억이 없다. 제가 형사사건을 거의 안 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특검) 도입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 수사에 미진한 점이 남을 경우”라는 조건을 걸었지만 이 후보가 야권의 ‘대장동 특검’ 요구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특검 수용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혀 내년 대선을 전후해 특검이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부정비리 문제에 대해선 엄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며 “검찰 수사를 일단 지켜보되 미진한 점이나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이든 어떤 형태로든 더 완벽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윤 후보께서 이 사건 주임검사일 때 대장동의 초기 자금 조달과 관련된 부정비리 문제를 알고도 덮었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며 “당연히 이 부분도 수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하고, 부족하면 특검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윤 후보가 대장동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 등에 대한 동시 특검을 주장한 데 대해선 “특검을 빙자해서 수사 회피, 수사 지연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장동이나 화천대유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윤 후보 가족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검찰의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수개월이 소요되는 특검으로 피할 생각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의 이런 뜻에 따라 민주당도 특검 도입에 대한 내부 검토를 시작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여야 협의를 통해 특검법을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특검 정국’ 속에 대선 레이스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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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특검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끝난 뒤에야 특검 논의를 해볼 수 있는 것”이라며 “특검 실시 여부는 물론 그 시점을 지금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특검을 통해 빠르게 모든 의혹을 떨쳐낸 뒤 대선을 치르면 된다”고 했다.

특검과 관련해 윤 후보는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오늘 광주에 오면서 여러 일정이 있는 관계로 (이 후보가) 어떤 입장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면서도 “특검 수용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윤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에 대해 “저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윤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 여러분께서 염원하시는 국민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고 여러분께서 쟁취하신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사과 입장문을 낭독했다.

조건부 특검 시사한 李 “내가 무슨 문제 있나”… 정면 돌파 의지
李 “대장동 檢수사 미진땐 특검”

후보 확정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정체를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특검) 수용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그간 민주당과 이 후보는 특검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해왔지만 기류가 달라진 것. 필요하다면 특검을 통해 대장동 의혹이라는 꼬리표를 확실하게 떼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야당 관계자들에 대한 의혹도 특검 수사 범위로 묶어 반격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담긴 카드다.

○ 李, 대장동 공세에 “제가 무슨 문제가 있나”

이 후보는 1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장동 의혹 관련 검찰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문이 남는 경우’를 전제로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윤 후보의 대장동 관련 부실수사 의혹, 야당 관계자의 뇌물 수수 혐의 등도 특검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빨리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이 드러나면 제가 오히려 유리한 입지에 설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하는 것은 언제든지 동의한다”고 했다.

다만 대장동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특검을 동시에 도입하자는 윤 후보 주장에 대해선 “수사권 쇼핑을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제가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라며 “윤 후보의 문제는 구체적으로 특정되는 게 많다. 누가 ‘0 대 10인데 왜 이거를 1 대 1로 만들려고 하느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특검 도입에 반대해 온 민주당도 야당과 특검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뒀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검찰 수사가 미진해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면 여야 간 협의를 통해 특검법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와 민주당의 태도 변화는 특검 요구를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것이 더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당초 ‘특검의 특 자도 꺼내지 말자’는 분위기였지만 이 후보가 수세적으로 비치는 경향이 있어 필요하다면 특검을 받을 수 있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도 “빨리 특검을 받고 대장동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지금 당장 여야가 특검 협의를 시작해서 (연말까지인) 정기 국회 안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여당 일각에선 과거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구속으로 이어진 ‘드루킹 특검’ 등을 예로 들며 “특검 수용은 섣부르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일단 검찰의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 野 “특검 당장 수용하라” 전면 공세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힌 건 환영할 만한 일이나 시간 끌기만 하다가 적당히 흐지부지시킬 ‘검은 계략’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며 “증거 없애고 숨기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범인들끼리 입 맞추도록 시나리오까지 사전에 마련하게 한 후 특검 받겠다는 것은 꼼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쩨쩨하게 조건부 특검 수용 의사로 여론을 물 타기 하지 마시고, 집권여당 대선 후보답게 오늘이라도 대장동 특검 전면 수용하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야당이 특검을 강조하는 건 여야 합의와는 별도로 현재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강도를 높이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사건이 특검으로 넘어간 뒤 자칫 새로운 혐의점이 드러날 경우엔 ‘부실 수사’ 책임론이 생기는 만큼 검찰이 수사 강도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

윤 후보 측은 “특검을 빙자해 수사 회피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이 후보의 언급에 대해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이미 검찰이 특수부를 동원해 1년 반이 넘도록 (윤 후보 관련) 수사를 계속해왔다”며 “그에 비해 대장동 수사는 증거를 눈앞에 두고도 정권 눈치를 보는 검찰이 축소 지향형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광주=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재명#윤석열#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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