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경화 “ILO, 기존 노동 분야 뛰어 넘는 리더십 필요”

신진우기자 , 최지선 기자 , 이민준 인턴기자 고려대 한국사학과 4학년 입력 2021-10-21 16:04수정 2021-10-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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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입후보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인터뷰
민노총 위원장 구속 “안타까워”…실정법 위반 파업에는 반대
재임 시절 ‘패싱 논란’ 관련 “외교안보 수장에 여자 용납 않는 시각 있어”
강경화 전 장관 ILO사무총장 출마관련 인터뷰.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퇴임한 뒤 국제기구에 한국 고위직이 거의 없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이제 노동 분야를 뛰어 넘어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20일 ILO 사무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2월 장관 퇴임 후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로 있는 강 전 장관을 학교에서 만났다. 강 전 장관이 퇴임 후 언론과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경화 전 장관 ILO사무총장 출마관련 인터뷰.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당선되면 103년 ILO 역사상 아시아 최초 여성 최초
187개 회원국을 둔 ILO는 세계보건기구(WHO),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처럼 유엔 산하에 있으면서 노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기구다. 강 전 장관은 “ILO 내부에서 이제 비유럽 지역 여성이 수장이 돼야 한다는 공론이 많이 퍼져있다”며 “청와대, 외교부, 고용노동부 등과 협의를 거쳐 최종 입후보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이 내년 3월 다른 4명의 후보를 제치고 당선되면 103년 ILO 역사상 아시아 최초이자 여성 최초로 사무총장에 오르는 것이다.

강경화 전 장관 ILO사무총장 출마관련 인터뷰.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강 전 장관 입후보 소식에 노동계에선 반응이 뜨거웠다. 일각에선 노동 문제를 직접 다뤄본 경험이 없는 인물이라 의외란 반응도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서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는 등 30여 개 노동·시민단체, 진보정당 등에선 자격론도 제기했다. 이에 강 전 장관은 “예상 못했던 건 아니다”면서도 “대화를 통해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라며 몸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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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장관은 18, 19일 각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지지를 얻어냈다. 강 전 장관은 최근 불법 집회 주도 혐의 등으로 구속된 민노총 위원장에 대해선 “안타깝다”며 “(110만 명 노동자를 대표하는 단체장인 만큼) 어느 정도 정상이 참작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다만 이날 민노총이 도로 점거 총파업을 벌인 것을 두곤 “방역 수칙 등을 어기며 실정법을 위반한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강경화 전 장관 ILO사무총장 출마관련 인터뷰.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폼페이오, 요즘도 가끔 문자 주고 받아”
강 전 장관은 퇴임 당시 현 정부 내각의 유일한 원년 멤버였다. 대통령 임기 5년을 채울 거란 관측도 나왔지만 3년 7개월 만인 2월 자리를 떠났다. 당시 상황에 대해 강 전 장관은 “분명히 (체력적, 정신적으로 지친) 그런 상황이었다”며 “그렇게 외교부를 계속 이끌어나간다는 게 직원들에게 좀 미안했다”고 토로했다.

강 전 장관은 재임 시절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서 특유의 장점을 발휘했다. 북-미, 남북 정상회담 등 과정에서 미측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 등과 호흡을 맞추며 소통도 대체로 원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 전 장관은 “폼페이오는 지금도 ‘내가 장관 시절 가장 자주 소통한 게 한국의 강 장관’이란 말을 한다더라”면서 “요즘도 가끔 (폼페이오 전 장관과) 문자를 주고받곤 한다”고 했다.

강경화 전 장관 ILO사무총장 출마관련 인터뷰.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강 전 장관은 재임 시절 주요 외교 사안을 청와대가 외교부를 건너뛰고 직접 다룬다는 말이 나오며 ‘장관 패싱’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전 장관은 “외교안보 수장에 여자를 용납하지가 않는 그런 시각들이 (정치권이나 언론 등에) 좀 있다”면서 “남성 장관이었으면 이렇게 질타를 받을까 하는 그런 순간들도 좀 있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재임 중인 지난해 11월 한 포럼에선 “여성으로서 첫 외교부 장관이라는 막중한 자리에서 기를 쓰고 다하고 있지만 간혹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 건가’ 하는 걸 느낄 때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공개적으로 심정을 밝힌 것을 두고 강 전 장관은 “어떤 의도를 갖거나 작심했던 건 아니다”면서 “그냥 원래 고민거리가 무르익으면 그렇게 밝히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강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제기한 종전선언 논의와 관련해선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항구적인 평화 체제로 갖고 가는 프로세스”라며 긍정적으로 봤다.


● “여성 리더십 키워야”
강 전 장관은 퇴임 후 정치권에서 ‘러브콜’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퇴임 후 한 달 정도는 정말 아무 일 안 하고 집에서 놀고 먹고 좋아하는 맛있는 와인을 실컷 마셨다”며 웃었다. 이후 이대로 자리를 옮기게 된 이유는 “여성 리더십을 키워내려는 이대의 철학과 내 생각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대에서 지난달 ‘여성 리더십’ 등을 주제로 첫 공개 특강에 나섰던 강 전 장관은 “학생들의 질문이 굉장히 도전적이었다”면서 “학생들의 어떤 욕구가 한계치에 도달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존 리더십이 (젊은 세대의 욕구에) 대응을 충분하게 못 해오고 있단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면서 “교수나 정부 당국자 등이 깊이 고민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이민준 인턴기자 고려대 한국사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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