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에 조건 단 北…文정부 ‘북미 촉진자’ 역할 재부상

뉴스1 입력 2021-09-25 06:26수정 2021-09-2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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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문재인 대통령.© News1 DB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의에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전제돼야 한다는 조건부 반응을 내놓음에 따라 우리 정부의 ‘북미 촉진자’ 역할이 부활할지에 관심이 쏠린다는 평가다.

북미 촉진자, 또는 중재자로 불리던 우리 정부의 북미 간 ‘가교’ 역할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남북 대화가 급물살을 타고 집중 조명된 바 있다.

그해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으로 ‘동력’을 이어갔고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북미 간 오랜 대결 구도를 청산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북한은 사실상 우리 정부에 ‘화풀이’를 해왔다. 문 대통령을 믿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대북제재 해제-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내밀었지만 거절당했고, 이에 ‘남한 때문에 최고존엄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북한이 판단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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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북한은 같은 해 3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일방 철수를 시작으로 우리 정부의 어떤 협력 제의에도 북한은 반응하지 않았다.

특히 김 총비서는 그해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회 2일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밝혔다. 또한 작년 6월에는 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고 최근까지도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담화를 내놓은 게 북한이다.

일련의 상황은 우리 정부의 북미 중재자 또는 촉진자 역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21.9.22/뉴스1
하지만 북한이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76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 추진을 다시 제안한 것에 “좋은 발상”이라고 반응하며 분위기가 반전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 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말한 적대시 정책은 대북제재 완화,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군비경쟁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남한)은 늘 자기들이 말하듯 진정으로 조선반도(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완전한 평화가 굳건히 뿌리내리도록 하자면 이러한 조건을 마련하는 것부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의 담화 발표가 있기 전 리태성 외무성 부상도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북측의 일련의 입장 표명은 결국 종전선언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우리 측의 노력을 요구한 것으로 여기에는 ‘미국 설득’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북측의 종전선언 ‘선결 조건’은 ‘난제’라는 평가다. 당장 ‘조건 없는 대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이는 임기말 문재인 정부의 북미 촉진자, 중재자 역할 부활 여부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하지만 청와대는 일단 북미 촉진자, 중재자 역할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모양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4일 YTN ‘더뉴스’ 인터뷰에 출연, 북측이 우리측에 북미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리 부상의 담화는 미국에 초점을 맞춰 ‘조건 충족을 위한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김 부부장은 이 과정에서의 한국의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News1 DB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종전선언 추진을 계기로 정부가 ‘적극적 견인자’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긍정론’과 중재자 역할은 불가능하고 촉진자 역할은 가능할 것이라는 ‘현실론’으로 나뉘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의 적극적인 추진과 이에 대한 북한의 화답으로 남북미 3자 차원의 협의의 장이 마련된다면 문재인 정부는 ‘적극적 견인자’가 될 수도 있다”며 “그간 남북, 북미로 나눈 접근법에서 한 층 더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엄밀히 말해 우리 정부가 중재자가 되기 위해서는 북한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긴 힘들다”며 “단 최근 상황은 우리가 다시 한 번 북미 촉진자 역할은 해볼 수 있는 판은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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