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윤석열-손준성 4개 혐의 피의자”… 孫-김웅 휴대전화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0일 2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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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고발 사주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근무하는 대구고검 사무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 2021.9.10/뉴스1 © News1
10일 오전 ‘고발 사주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근무하는 대구고검 사무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 2021.9.10/뉴스1 © News1
“이미 국민적 관심 사안이 됐고, 사실이라면 중대한 범죄다. 사건 특성상 증거인멸의 우려가 굉장히 크다고 판단해 신속하게 증거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계자는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배경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고발인인 시민단체 관계자 조사와 제보자가 제출한 자료 등을 검토한 공수처는 이날 의혹의 당사자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 등 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 공수처, 손준성-김웅 휴대전화 확보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손 전 정책관의 근무지인 대구고검 사무실과 서울의 자택, 김 의원의 서울 송파구 지역구 사무실과 자택 등 총 4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손 전 정책관과 김 의원이 사용하던 휴대전화와 업무용 PC 등을 확보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압수수색 당시 (두 사람이) 가지고 있던 휴대폰은 확보했다. 포렌식을 하는 대로 돌려줄 것”이라면서도 “두 사람이 (‘고발장 초안’을 주고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4월 무렵 사용하던 휴대전화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이날 두 사람의 휴대전화 확보에 나선 건 결국 손 전 정책관이 김 의원에게 고발장 초안을 건넨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진상 규명의 출발점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관계자였던 제보자 A 씨는 지난해 4월 3, 8일 ‘손준성 보냄’이라는 출처가 여권 정치인 등에 대한 고발장 두 건과 실명 판결문 등을 김 의원에게 전달받았고 당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공수처와 대검 등에 제출한 상태다.

실제로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고발장과 판결문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당시 직속 상관이었던 윤 전 총장의 지시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검찰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의원이 ‘기억 안난다’고 하고, 손 전 정책관이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참고자료를 송부한 적 없다’는 아리송한 해명을 하는 상황에서 진상규명을 하려면 강제수사 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손 검사가 지난해 4월 8일 김 의원에게 전달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고발장 초안이 미래통합당에 전달된 과정과 같은 해 8월 실제 검찰에 제출된 고발장에 초안 내용이 반영됐는지 등도 공수처가 풀어야할 숙제다.

● 공수처, 윤석열-손준성 피의자로 입건
공수처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에 ‘윤 총장’과 ‘손 검사’를 직권남용 등 4가지 혐의의 피의자로 적시했다. 윤 전 총장과 손 전 정책관은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공직선거법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고 김 의원은 아직까진 참고인 신분이다. 수사기관에 입건돼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와 달리 참고인은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언을 하는 역할을 한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과 손 검사가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인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 두 사람에 대해서만 입건하기로 결정했다. 의혹 당시 현직 검사였던 윤 전 총장과 손 전 정책관이 고발장을 전달하거나 판결문을 유출했을 경우 공수처는 공무원 범죄인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반면 김 의원에 대해서는 검사에서 퇴직한 뒤 지난해 총선에서 출마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같은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법으로 명시된 수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관련 범죄’이기 때문에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이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공수처에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것만 이번이 세 번째지만 아직 소환 조사를 받은 적은 없다. 수사에 진전이 있어 소환 조사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는 만큼 당장 윤 전 총장의 소환 시점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공수처 관계자도 “사실 규명을 위해 압수수색을 한 것이고, 혐의가 있다고 단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수사3부에 검사들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빨리 규명하는 것이 수사의 객관성, 공정성,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수사 기간이 길어지면 공수처의 대선 개입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 야당의 단일 후보자가 추려지기 전까지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도예기자 yea@donga.com
배석준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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