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네거티브 중단” 이낙연 “말보다 실천을”… 불안한 휴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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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본선 경쟁력 악영향 우려… 캠프간 상시 소통채널도 제안
이낙연측 “흑색선전 사과가 우선”, 이재명측 “경선 불복 꺼내놓고…”
반나절도 안돼 양 캠프 또 신경전… 네거티브 완전 중단될지 불확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8일 오후 인천 남동구 민주당 인천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어린이와 손바닥을 마주치고 있다. 인천=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8일 오후 인천 남동구 민주당 인천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어린이와 손바닥을 마주치고 있다. 인천=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다른 후보들에 대해 일체의 네거티브적 언급조차 하지 않겠다”며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다. 이 지사는 8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무엇보다 원팀 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정치가 국민의 걱정을 덜어 드려야 하는데, 도리어 (네거티브 공세로) 걱정을 끼치고 실망감을 안겨 드리고 있다”며 ‘휴전’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 등 다른 주자들도 공식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불안한 휴전’이라는 관측이 많다.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이 전 대표 측은 “사과가 우선”이라고 받아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 ‘집안싸움’ 지적에 이재명 “네거티브 중단”
이 지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격화되고 있는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당원과 지지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지역 순회 중에 ‘민주당이 집안싸움을 너무 심하게 한다’는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 지사가 이처럼 네거티브 중단을 선제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데는 최근 이어진 음주운전 재범 의혹과 조직폭력배 연루설 등 자신을 둘러싼 네거티브 공세가 본인뿐 아니라 당 전체의 비호감도를 높여 본선 경쟁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 캠프에서 활동 중인 한 민주당 의원은 “특히 중진 의원들까지 공방에 가세하면서 이대로 가면 향후 원팀으로 뭉치기 힘들 만큼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캠프 간 상시 소통 채널 구성도 제안했다. 이 지사는 “후보 간의 신상이나 사실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경우 언론이 아닌 캠프 간 소통 채널에서 먼저 확인 과정을 거침으로써 불필요한 의혹 제기와 공방이 발생하지 않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

○ 다른 주자들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길”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민주당 박용진 의원(오른쪽부터)이 이날 오전 광주에서 열린 산악인 김홍빈 대장 영결식장에 참석해 고인을 기리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민주당 박용진 의원(오른쪽부터)이 이날 오전 광주에서 열린 산악인 김홍빈 대장 영결식장에 참석해 고인을 기리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이 지사의 네거티브 중단 선언 직후 이 전 대표도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 전 대표는 “7월 19일에 네거티브 자제를 포함한 ‘경선 3대 원칙과 6대 실천’을 제안드렸다”며 “이 지사가 제안에 응답해 주셨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 측은 다만 본선 경쟁력을 위한 “자질 검증과 정책 검증은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경선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고르는 과정이고 덕담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신경민 캠프 상임부위원장도 “지난 한 달여 동안의 네거티브 및 흑색선전에 대해 분명히 사과하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하고,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게 순서”라고 했다.

양 캠프 간 설전도 이어졌다. 이 지사 캠프의 전략기획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의 지난주 발언을 거론하며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 끌어올리기를 포기한 것 아닌가 싶다. ‘경선 패배 이후’ 대비책 중 가장 나쁜 ‘경선 불복’을 꺼내 들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5일 설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만일 이재명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원팀) 장담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 캠프의 대변인인 이병훈 의원도 페이스북에 “후보가 네거티브 중단 선언을 했으면 캠프는 시늉이라도 하라”며 “캠프의 중책을 맡은 사람들이 다시 말꼬리 잡아 네거티브에 나섰다”고 썼다.

당내 후보 검증단 설치를 제안했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를 향해 “네거티브 과열을 일으켜 온 당사자들을 즉각 캠프에서 퇴출하고 당은 흑색선전을 퍼뜨린 양측 관계자를 즉각 징계해야 한다”며 네거티브 공방에 대한 두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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