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사 임용 방식 놓고…대법 “민변, 팩트 틀렸다” 반격

박상준 기자 입력 2021-07-26 03:00수정 2021-07-26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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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대법, 과거 10년 경력 주장”
‘5년 단축 법안’ 법사위 상정 제동
대법 “줄곧 5년 줄이자 요구” 반박
동아일보 DB
판사 임용 시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이 반대 목소리를 내자 대법원이 “사실관계가 틀리다”며 반격에 나섰다.

● 대법원 “‘5년’이 기존 사법개혁위원회 결론과 일치”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법조일원화 관련 기존 논의 및 사법개혁위원회에서의 논의 관련 참고’라는 제목의 설명 자료를 보냈다. 민변이 16일 “판사 임용 시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것은 법원 개혁에 반한다”며 “10년 이상 경력자만 판사로 선발될 수 있도록 한 방안은 2010년 대법원이 법관임용 개선 방안으로 밝힌 것”이라고 한 성명서를 반박하는 설명 자료다. 법원행정처는 “‘법조 경력 10년’ 주장은 (대법원이 아니라) 2010년 한나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는 최근 “판사 임용 시 필요한 최소 경력을 5년으로 개정하는 것은 과거 사법개혁위원회 등의 사법개혁 방향에 대한 후퇴로 보기 어렵다”는 내부 논의를 거쳤다. 법원행정처는 1999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와 2004년 사법개혁위원회의 결론도 “판사 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은 5년”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사법개혁위원회는 2004년 7월 5일 ‘법조일원화와 법관 임용 방식의 개선에 관한 건의안 의결’이란 제목의 건의문을 내고 “모든 판사는 판사로 임명되기 전에 5년 이상 변호사, 검사 등 법률사무에 종사한 경험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박일환 당시 법원행정처장 “판사 부족 사태, 이미 발생”
이후 2010년 3월 17일 한나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대법관 수 증원’ ‘판사 임용 시 필요한 법조 경력 10년 이상’ 등의 결론을 내놨다. 다음날 대법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의견을 냈지만 10년 이상 경력자만 판사 임용이 가능하도록 법이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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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법원행정처장으로서 기자회견을 연 박일환 전 대법관(70·사법연수원 5기)도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변의 주장과 달리 2010년에도 대법원 입장은 ‘10년 경력자만 판사로 임용하는 것은 현실성 없는 법률’이란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대법원은 10년 이상 경력자만 판사에 지원하게 하면 지원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며 “이미 지원자가 줄어들어 ‘판사 부족 사태’는 현실로 다가왔다”고 했다.

박 전 대법관은 또 “10년 이상 경력자만 판사로 임용할 것이라면 그에 맞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방 근무, 연봉 감소 등을 이유로 판사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법원조직법은 판사는 원칙적으로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가진 사람 중에서 임용하되, 2013~2017년까지는 3년 이상, 2018~2021년까지는 5년 이상, 2022~2025년까지는 7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도 판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6년부터는 최소 10년의 법조경력을 갖춰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

이에 대법원은 판사 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으로 하면 ‘판사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법정책연구원이 올 2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20년 판사 지원자 중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지원자의 비율은 2013~2016년 20~25%에서 2017~2020년 7~11.7%로 감소했다. 이중 실제로 임용된 10년 이상 경력자는 매년 0~5명으로 8년 간 총 25명에 불과했다.

● 민변 “법조일원화 역행” VS 대법 “제도 자체엔 찬성”
이에 대법원은 필요 경력을 5년으로 줄이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바라고 있다. 이 개정안은 15일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민변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등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22일 법사위 전체회의 안건에서 제외됐다.

민변은 “법조일원화(경력 법조인만을 판사로 임용) 제도는 다양한 사회적 경험이 있는 법조인을 판사로 임명해 판사사회의 폐쇄성 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판사 임용 요건에 10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법원 측은 “법조일원화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10년 이상 경력을 요구할 경우 판사 충원이 어려우니 5년으로 낮춰 법조일원화 제도를 유지하자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판사임용#법조경력#법원조직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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