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美, 잘못된 기대”… 성김 “대화 위한 대북 인센티브 없을것”

최지선 기자 , 권오혁 기자 입력 2021-06-23 03:00수정 2021-06-23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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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美의 대화제안 일단 거부
성김 “제재 손댈 생각 없다” 맞불…‘한미워킹그룹 종료’ 韓美 이견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화 언급에 대해 미국 백악관이 “흥미로운 신호”라고 평가하자 하루 만인 22일 “잘못된 기대”라고 반박했다.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 빨리 응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대남·대미 외교를 총괄하는 김여정이 직접 나서 일축한 것. 반면 방한 중인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불러오기 위해 대북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제재에 손댈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날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5줄짜리 김여정 담화에서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20일(현지 시간) 미 언론 인터뷰를 겨냥한 것. 북한의 반응은 한국을 방문 중인 김 대표가 전날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다”며 “북한의 긍정적인 답변을 곧 듣기를 바란다”고 말한 뒤 하루 만에 나왔다.

이날 담화가 공개되기 전 외교부는 김여정이 지난해 6월 “친미사대의 올가미”라고 비난했던 한미 워킹그룹을 2018년 11월 개설한 지 2년 7개월 만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종료가 아니라 재조정”이라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킹그룹은 남북협력 사업이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외교부-미 국무부 간 협의체다.

김여정 “美, 꿈보다 해몽” 비난담화에… 성김 “제재 그대로” 맞불
北 ‘적대정책 철회 우선’ 美압박…美도 곧바로 “양보없다” 강조
당분간 대화 조건 줄다리기 예고
성김 “한미 워킹그룹 재조정 합의”…‘종료’ 강조한 외교부와 시각차


방한 중인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는 22일 오후 4시부터 주한 미 대사관저에서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 등 중도보수 성향의 전직 외교관 및 학자 6명을 만났다. 이날 낮 12시경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요구를 일축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가 나온 지 4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 성 김 “대북제재 손댈 생각 없다”
文대통령 “북-미 관계 개선 성공하길”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2일 청와대에서 방한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를 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특히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는 그대로 간다”는 뜻을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여정 담화에 대해서는 “내가 제기한 조건 없는 대화에 대한 명확한 답신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좀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북-미 대화 전망에 대해 김 대표가 “좀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취하면서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협상 재개를 위한 획기적인 돌파구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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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에 한미가 공감한다고 강조하는 것과는 온도차를 보인 것. 북한과의 협상을 전담하는 김 대표가 ‘대북제재 해제를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으로 쓸 생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대화 재개 조건을 둘러싼 북-미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북한은 대화 재개 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대북제재 해제 등을 가리키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고수하며 미국에 양보를 압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화 복귀를 기대했던 정부는 김여정 담화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피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입장을 낼 여유가 없다”고 했다. 통일부도 “정부가 논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담화가 나온 뒤 문재인 대통령은 방한 중인 김 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나 “남은 임기 동안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일정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가능한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북-미 관계 개선에 성공을 거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 韓은 “워킹그룹 종료” 美 “종료 아니고 재조정”
특히 김 대표는 학자들과의 만남에서 외교부가 이날 오전 한미 워킹그룹을 2년 7개월 만에 종료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보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가 워킹그룹의 “종료(termination)”라는 표현을 쓰자 김 대표가 “종료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며 “재조정(readjustment)하는 것으로 (한국과) 합의했다”는 취지로 정정했다는 것.

앞서 외교부는 “워킹그룹이 ‘남북 관계 개선의 장애물’이라는 등 일부 비판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종료 이유를 설명했다. 한미 워킹그룹은 2018년 11월 우리 측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남북 협력의 대북제재 면제 절차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물론이고 여권에서도 남북 협력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워킹그룹 종료는) 당연히 북한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김 대표를 만나 “코로나 방역과 식량 등 민생 분야 협력,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방문 등을 긴밀히 협력하자”고 했다. “한미 간 창의적 접근을 제안한다”며 제재 우회의 필요성까지 내비쳤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대북제재 행정명령 효력을 1년 더 연장하면서 “북한의 정책이 미국 국가안보와 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임기 말 정부가 남북협력 사업에 속도를 내려 워킹그룹 종료를 강조하다 대북정책에서 미국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지선 aurink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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