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지지층 있다”…與, ‘샤이 진보’ 붙잡기에 사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4일 2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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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의사를 적극 표명하지 않고 숨기는 ‘숨은 진보’ 지지층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인 진성준 의원은 24일 기자회견에서 판세와 관련해 “지금 언론들이 전하는 여론조사 상황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오차범위 바깥에서 뒤지고 있지만 여론조사에 답하지 않는 진보 지지층을 뜻하는 ‘샤이(Shy) 진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다.

그간 미국에서는 ‘샤이 트럼프’, 국내에서는 ‘샤이 보수’ 등 주로 보수 진영에서 언급 됐던 숨은 지지층 이슈가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진보 진영에서 등장한 것이다. 대대적인 지지층 결집에 나선 민주당은 이 ‘샤이 진보’가 이번 4·7 보궐선거의 당락을 가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 與 “반드시 ‘샤이 진보’ 잡아야”
민주당은 최근 박 후보는 물론 당 지지율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배경에는 기존 지지층의 실망이 결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2017년 대선부터 지난해 총선까지 변함없이 민주당을 찍었지만, 최근 부동산 이슈 등에서 실망한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고 무당층, 중도층으로 돌아선 것이 체감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YTN, TBS 의뢰로 21, 22일 서울시민 104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박 후보(27.2%)와 오 후보(48.9%)의 지지율 격차는 19.7%포인트였다. 그러나 중도층에서는 두 후보간 격차가 22.9%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또 리얼미터가 지난달 7, 8일 실시한 조사에서 진보층에서의 박 후보 지지율은 오 후보를 상대로 75.8%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59.5%까지 내려갔다. 민주당 내에서 “중도 확장보다 일단 기존 지지층이 더 이상 흩어지지 않도록 결집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런 ‘샤이 진보’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우리에게 실망한 것은 당연히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설득하고 있다”며 “이른바 ‘미워도 다시 한 번’ 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원식 고민정 의원 등이 페이스북을 통해 ‘당신은 빨간색이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은 이제껏 단 한 번도 탐욕에 투표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홍보물을 공유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후보들을 향해 대대적인 ‘탐욕 프레임’ 공세를 펼치고 있다.

● 이탈한 진보는 과연 돌아올까
이번 선거에서는 ‘샤이 진보’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지만, 반대로 2017년 대선과 지난해 총선 전에는 ‘샤이 보수’가 주목받았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던 보수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보수 전체가 위기에 처하면서 보수 성향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 ‘샤이 보수’가 투표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샤이 진보’가 투표장에 대거 등장할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정권 심판을 위해 야당에 투표하겠다는 의사가 55%를 넘었기 때문에 이 추세를 뒤집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번 선거는 (임기) 1년 짜리 보궐선거이고, 정권에 대한 실망이 너무 큰 상황이라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강화한다고 해서 지지층이 돌아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권의 향방을 가르는 대선과 달리 짧은 임기의 시장을 뽑는 선거인 만큼 ‘경고’ 차원에서 진보 지지층이 투표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역시 이런 점을 의식해 ‘샤이 진보’를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중도, 진보 성향 유권자들에게 ‘투표하면 이긴다’는 메시지를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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