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선출된 다음날인 24일 광주를 방문했다. 정치권에선 “서울의 호남출신 유권자를 붙잡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방명록에는 “5·18정신으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썼다. 5·18 관련 및 민주유공자유족회 등과의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41년 전 광주 민주화운동의 함성 덕분에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견고하게 발전해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를 누리고 지낼 수 있는 게 다 광주시민 희생 덕분”이라며 호남 민심 끌어안기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또 “5·18은 역사적으로나 법적으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확정된 사항”이라고 강조하며 “광주의 정신을 다시 살려 훼손돼가는 민주주의가 정상적 상황으로 발전하는 데 당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보수 정당의 통합과 포용 노력을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취임 이후 광주를 방문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8월 보수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5·18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과한 데 이어 11월엔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며 호남 민심에 적극적으로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광주를 찾은 이유에 대해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의 임무가 끝나가고 있다”며 “내일(25일)부터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는데 선거가 끝나기 전에 다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4월 선거 이후 당을 떠나겠다고 밝혀 온 김 위원장은 이날도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이야기해도 나의 결심과는 관계가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임기 연장론’에 선을 그었다.
가장 최근에 실시한 2017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 인구 중 출생지가 ‘호남’이라고 밝힌 비율은 14.8%다. 서울 출생(47.9%)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의 광주행이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의 하나인 ‘호남 출신 서울 유권자’의 민심을 파고들기 위한 행보라는 전략적 해석이 나왔다. 최근 민주당은 전국의 당 소속 의원과 당원 등을 상대로 서울과 부산에 거주하는 ‘연고자 찾기’ 운동을 벌이며 서울·부산 유권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동행한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통화에서 “선거를 위한 행보가 아니라 광주 시민들이 ‘이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진정성 있게 용서를 구하고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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