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단거리미사일 2발 발사에…美 “유엔 결의안 위반 아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4일 0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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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주말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23일(현지 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지 않는 통상적 군사 활동”이라며 신중하게 반응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뤄진 첫 북한의 미사일 발사여서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 및 북-미 대화 재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일요일인 21일 단거리 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과 ABC방송은 지난 주말 두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쐈다고 전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통상 합참의 발표를 통해 공개돼온 것과 달리 발사가 이뤄진 지 하루 뒤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당국자는 이날 보도가 나온 뒤 언론들과의 전화 간담회에서 “지난 주말 북한의 군사 행동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북한의 발사를 확인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이 움직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동맹 및 당국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이 행동(미사일 발사)은 북한의 일반적인 군사 행동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는 언급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고자 할 때 다양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실험 등으로 도발하는 익숙한 패턴이 있는데, 이번 발사의 경우 이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 고위당국자는 “이번 일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차분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외교는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당장 대북제재 같은 강경 카드를 꺼내들지는 않겠다는 점도 확인했다. ‘북한 측과 추가로 접촉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며 “한국, 일본은 물론 중국과의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다음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전화 간담회를 진행한 고위당국자는 “대북정책 검토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며 “다음주에 이를 논의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의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앞서 15~18일 일본과 한국 순방 기간에 양국의 외교 및 국방 수장들과 대북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로우키 행보를 보이며 ‘외교를 통한 관여’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이런 군사적 움직임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북정책 발표를 앞두고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WP는 “이번 시험 발사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직접적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에 모종의 신호를 보내면서도 막상 미국이 2월 중순부터 뉴욕채널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해온 것에는 전혀 대응하지 않고 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17일 담화를 내고 “또다시 미국의 시간벌이 놀음에 응부해줄 필요가 없다”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 후 기술전 진전을 과시하며 이를 발표했던 기존의 움직임과 달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 미 당국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고 WP는 전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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