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한국 선박 억류 이유는…원유대금 지불 압박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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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월 5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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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 중이던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를 억류했다. 이란은 선박 억류 이유로 해양 오염을 들었지만, 한국에 동결된 원유수출대금 지불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이던 우리국적 케미컬 운반선 ‘한국케미호’가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했다. 선박에는 한국 국민 5명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인 등 총 20명이 선원이 있었다. 이들은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 압바스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와 주이란대사관은 우리 선박 억류 관련 상세 상황 파악과 함께 선원 안전을 확인하고 선박 조기 억류 해제를 요청했다. 군 역시 인근에 있던 청해부대 33진 최영함을 호르무즈해협으로 급파해 상황 대응 중이다.

이란은 선박이 걸프만에 오염물질을 배출한 혐의가 있어 억류했다는 입장이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한국케미호 나포와 관련해 “지방 당국의 초기 보고에 따르면 이 사안은 완전히 기술적인 것”이라며 “해당 선박은 해양 오염에 대해 조사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해안으로 이동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이란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 같은 위법 사안, 특히 해양환경 오염에 민감하다”며 “이 문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란은 물론 다른 해역에서 일어난 이전의 유사한 사례와 같이 예외는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란 타스님통신은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이 (해양오염) 위반 사항을 발견해 선박에 경고했지만 경고를 무시했다”며 “선박에는 7200톤의 석유화학물질이 실려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케미호 선사인 DM쉽핑 측은 공해상을 항해 중인 상황에서 이란 군함의 조사 요청을 받았고, 해양오염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선박 억류가 한국에 대한 원유 수출 대금 지불 압박 차원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조만간 이란을 방문해 이란산 석유수출 대금 동결 문제 등 양자간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과 (최 차관 방문) 관련 협의를 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발표할 정도로 세부사항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었다”며 “양국 모두 지난해부터 양자관계 전반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고 대 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한국의 대이란 교역에도 제동이 걸렸다. 미국의 제재로 한국의 은행들이 이란과 거래를 중단했고,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한국 내 계좌가 동결되면서 이란은 약 7조원 규모의 원유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란 측은 한국에 미국 제재로 동결된 수십억달러 자금을 풀어줄 것을 재차 요구해왔다. 최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한국에 보유하고 있는 수십억달러 자금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하려 했으나 미국의 제재로 거래가 불발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억류는 이란과 미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벌어졌다. 이 때문에 미국의 행정부 교체 시기에 이란 핵협상 복원과 제재완화를 목표로 이란의 대미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 정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포르도 농축 시설에서 농도 20%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5년 미국과 합의한 핵 협정에 규정된 한도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사실상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겠다는 의도다.

미 국무부는 이란의 핵 관련 조치에 “‘핵 갈취(nuclear extortion)’ 행위”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국무부는 “미국과 국제사회는 이란의 행위를 평가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또 한국 유조선에 대한 즉각적인 억류 해제를 촉구했다. 미 국무부 측은 “(이란) 정권은 국제사회가 제재 압박을 완화하도록 하기 위한 명백한 시도의 일환으로 계속해서 걸프해에서의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란이 유조선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요구에 동참한다”고 했다.

강 장관은 이날 이란의 억류 동기가 대이란 제재로 인해 한국 내에 동결된 이란의 자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 그런 것을 섣불리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하고 우리 선원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제일 급선무”라고 답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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