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변창흠,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냐” 밀어붙여… 野 “의회 독재”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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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국토장관 청문보고서 일방채택
선거앞 부동산 민심 달래기 급한 與, 주택공급 확대 내세운 변창흠 강행처리
쇄신용 개각 앞두고 인사 장악 포석
野 “비상식적 망언 논란에 문제 많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 등 형사고발”

“원천 무효” 구호 속 변창흠 청문보고서 채택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앞줄 가운데)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있다. 진 위원장 주위로 ‘인사가 재앙이다’ 등 피켓을 든 국민의힘 국토위 소속 의원들이 “지명 철회, 
원천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원천 무효” 구호 속 변창흠 청문보고서 채택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앞줄 가운데)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있다. 진 위원장 주위로 ‘인사가 재앙이다’ 등 피켓을 든 국민의힘 국토위 소속 의원들이 “지명 철회, 원천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청와대가 ‘인사 폭주’ 비판에도 불구하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더는 밀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가 무산된 상황에서 핵심 경제 부처인 국토부 장관 인사에서까지 밀릴 경우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 민주당 “卞 밀리면 향후 개각도 차질 불가피”

민주당 관계자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변 장관을 지명했을 때부터 당내에서는 ‘국토부 장관은 무조건 계획대로 임명한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강행 처리는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대외적으로는 변 장관 임명과 관련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공급 확대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태도를 내세우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수요 억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에서 벗어나 시장이 줄기차게 원했던 물량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양질의 값싼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시그널(신호)을 줘서 집값 불안을 진정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변 장관 임명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사실상의 공급 대책을 발표한 것과 다름없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사실상 2022년 대선 전초전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부동산 이슈에서 야당에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변 장관 카드가 불발될 경우 닥칠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총장 사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과로 인사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변 장관까지 중도 낙마하거나 임명이 미뤄지게 될 경우 말 그대로 ‘답이 없는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청와대가 연말과 연초에 정국 쇄신용 개각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국토부 장관 인선이 원점으로 돌아갈 경우 후속 인사청문회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내년 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로 사실상 차기 대선 국면이 펼쳐지는 만큼 지금 반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면 생각보다 빨리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에 대한 교체 수요도 변 장관 인선을 서두르게 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변 장관이 막말 논란으로 말이 많지만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기도 힘들고 찾았다 하더라도 장관직을 수용하겠다고 나설지도 확실치 않다”고 했다. 민주당 국토위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변 장관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해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구의역 사고 등 막말 논란에 대해 변 장관이) 진심으로 사과했는데도 너무 매도하는 것 같다”며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라고 옹호했다.

○ 野 “의회 독재… 卞 형사고발할 것”

이날 변 장관 임명 강행으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가 26명에 달하면서 야당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 등 과거 3개 정부에서 채택 강행한 사례를 모두 합한 30차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런 것을 의회 독재라 하지 않으면 무엇을 독재라 하나”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변 장관과 관련해 “온갖 비상식적 망언 논란에 더해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지인 특채 의혹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금명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와 특별채용·부정채용 혐의로 형사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 국토위원들은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가 결정되기도 전에 김현미 전 장관의 퇴임식을 준비해뒀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김은혜 의원은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국토부가 오늘(28일) 오후 5시경 김현미 장관 퇴임식을 갖는 것으로 들었다”며 “이럴 거면 청문회를 왜 하느냐. 국회가 입법부가 아니라 통법부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김 전 장관 이임식은 오후 5시에 열렸고 17분 뒤 문 대통령은 변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한편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자로 낙인찍는 이른바 ‘데스노트’에 변 장관 이름을 올린 정의당은 변 장관의 막말 논란 등을 이유로 부적격 의견을 병기하는 조건으로 변 장관 청문보고서 채택에 찬성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변창흠#청문보고서 채택#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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