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커밍아웃’ 답하며 尹 저격…‘좌표찍기’ 논란엔 침묵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3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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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윤석열 정치중립 훼손" 입장 발표
청원에 답변…"현장보다 지지자 의견 듣나"
"총장위해 댓글단 거 아냐…프레임 바꾼다"
"윤석열-평검사 편가르기 시도하나" 의견도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 다시 한번 윤석열 검찰총장을 저격했다. 일선 검사들이 추 장관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에 즉답을 피하고 윤 총장으로 화살을 돌린 모양새다.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이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보단 청와대 청원에만 근거해 입장을 낸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추 장관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우려한 평검사들에게 답하지 않고 또 다른 편 가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3일 법무부에 따르면 추 장관은 이날 오후 3시께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또 “대다수의 일선 검사들이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라며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담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추 장관의 입장문은 청와대 청원에 대한 답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정치인 총장이 검찰을 정치로 덮어 망치고 있다. 정치인 총장을 위해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의 사표를 받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으며 현재 40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커밍아웃 검사’는 추 장관이 자신의 지휘권 행사 등을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를 겨냥해 쓴 표현이다. 이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서 추 장관을 겨냥해 감찰권이 남발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커밍아웃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고 적었고,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저도 이 검사와 동일하게 의도를 갖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우리의 사법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일선 형사·공판부에서 근무하는 검사들이 “우리가 이환우다, 최재만이다, 커밍아웃한다”며 지지를 표하면서 반발이 확산됐다. 최 검사의 글에만 댓글이 3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 본인이 이번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음에도 일선 검사들의 의견보다는 청원을 올린 일부 지지자들의 목소리만 듣고 입장을 내놨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검사들이 최근에 댓글을 단 것은 단순히 제도 개혁에 대한 반발이 아니다. 감찰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라며 “(그런데) 대다수 일선 검사들, 현장의 의견을 도외시한 채 일부 지지자들의 여론에 기대서만 법무행정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고 얘기했다.

다른 검사도 “일선 검사들이 윤 총장을 보위하겠다고 댓글을 다는 게 아니다”면서 “검사 개인을 저격한 부분이나, 감찰권 남용 등을 문제삼은 것인데 추 장관이 프레임을 바꾸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일선 검사들의 반발에 직면한 추 장관이 윤 총장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입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이날 추 장관의 입장 발표는 오후 3시께 이뤄졌는데, 윤 총장은 4시30분부터 신임 부장검사들을 만나 교육 및 만찬 일정을 소화한다.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수사지휘권 등 현안을 언급할 수 있는데, 추 장관으로서는 그런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지난 인사 등이 특수부와 형사·공판부 편가르기 양상을 띠었다면, 이번에는 총장과 평검사간 편가르기가 시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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