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가르치며 옵티머스 ‘뒷돈’…금감원 간부 윤모씨의 ‘이중생활’

  • 뉴스1
  • 입력 2020년 10월 15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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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의 윤모(61) 전 간부(부국장조사역·국장 대우)가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부터 수천만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시점은 그가 서울의 한 대학교에 파견을 가 있던 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고 뒷돈을 받는 등 ‘이중 생활’을 한 셈이다.

금감원은 대출청탁 등이 문제돼 내부징계를 받은 바 있는 윤 전 부국장을 교단으로 보내는 등 최소한의 도덕성 검증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부국장은 대학교 파견 시절 ‘대출 브로커’로 활동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와 윤 전 부국장에 대한 1심 판결문 등에 따르면 윤 전 부국장은 지난 2016년 4월 금융교육국 금융교육지원단에서 일하던 중 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숭실대학교에 협력관으로 파견됐다. 당시 윤 전 부국장은 금융학부 겸임교수로서 금감원이 개발한 교과서를 가지고 1·2학기 동안 학부생 대상의 실용금융 교육특강을 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업무를 맡았다.

숭실대 관계자는 “윤 전 부국장이 가르친 과목은 전공 선택 과목”이라면서 “당시 윤 전 부국장에게는 교수실도 제공됐었다”고 말했다. 윤 전 부국장을 기억하는 한 교수는 “윤 전 부국장은 다른 교수들과도 잘 어울렸다. 그런데 이런 일을 저지르고 다녔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금감원은 금융교육 강화를 위해 자매결연을 맺은 대학교 등에 직원들을 파견하고 있다. 숭실대의 경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010년 3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몸담고 4년 동안 학부장을 지낸 곳이기도 하다. 현재도 금감원 직원 2명과 금융위원회 직원 1명이 숭실대 금융학부에 파견 등의 형식으로 가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문제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대출 과정에서 각종 혜택을 받고,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등 감찰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해 2013년 5월 감봉 등 내부징계를 받고 광주지원장에서 보직해임된 윤 전 부국장의 전력을 알면서도 금감원이 그를 교단에 세웠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결국 이 같은 금감원의 파견 결정으로 윤 전 부국장은 숭실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편으로는 옵티머스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대출 브로커로 활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 구속수감 중인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8년 3~4월쯤 윤 전 부국장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는 등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윤 전 부국장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그를 소환조사했다. 윤 전 부국장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부국장은 김 대표에게 옵티머스 펀드 수탁사를 비롯해 은행 부행장 등 금융권 고위관계자를 다수 소개해준 뒤 3000만원 대여를 부탁했으며, 옵티머스 측은 2000만원을 먼저 보내줬고 이후 1000만원을 더 빌려달라고 했을 때는 거절했다고 김 대표가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여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소개비 명목의 뒷돈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윤 전 부국장은 2014년 지역농협 상임이사로부터 ‘금감원 부문검사 결과에 따른 징계수위를 낮춰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2000만원을, 2018년 7~9월 대출 브로커로 활동하면서 A업체 대표로부터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알선해준 대가로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윤 전 부국장은 이 사건으로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2년2월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가 항소해 현재 진행 중인 2심 재판의 선고는 11월 11일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윤 전 부국장은 지난해 6월 금융교육지원단 소속 부국장조사역으로 정년 퇴직했다.

권은희 의원은 “금융기관을 감독해야 할 금감원 직원이 뒷돈을 받아 사익을 편취하면서 염치도 없이 교단에서 강의를 하게끔 방기한 금감원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면서 “낮에는 학생을 가르치고 뒤로는 뒷돈을 받은 윤 전 부국장의 모습에서 경악을 넘어 금감원의 내부통제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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