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제2 엘리엇 못막아”… 李 “헤지펀드 표적 되는건 막고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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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재계 간담회서 ‘3%룰 여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오른쪽)가 6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재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손경식 경총 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오른쪽)가 6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재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손경식 경총 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개된 모두 발언만 보면 민주당이 (기업인들에게) 혼나러 온 줄 알겠어요.”

6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관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재계와의 간담회 자리가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이같이 말했다. 직전까지 손경식 경총 회장이 이른바 ‘경제 3법’을 작심 비판하자 뼈 있는 농담을 던진 것.

앞서 10여 분간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경제 3법을 두고 팽팽한 대립각을 이어간 민주당과 재계는 이어진 비공개 자리에서도 확실한 입장차를 보였다. 한 참석자는 “이 대표가 농담으로 자리를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다”면서도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재계는 재계대로 서로 좁힐 수 없는 입장차는 분명하게 확인했다”고 했다.

○ 이낙연 대표, ‘3% 룰’ 완화 여지

이 대표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경제 3법은 우리 기업의 건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골탕 먹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면서 “경제 3법을 늦추거나 방향을 바꿀 순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외국 헤지펀드가 한국 기업을 노리게 틈을 열어주는 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법의)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나쁜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대표가 간담회 직후 ‘경영계 입장 가운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안’을 묻는 질문에 “우리 기업들이 외국 헤지펀드 표적이 되는 것은 막고 싶다”고 답한 것을 두고 재계 일각에선 3% 룰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다. 재계는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외국계 투기자본이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해 한국 기업 이사회를 좌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난해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2.9%, 2.6% 가진 상태에서 경영 참여를 선언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법 개정 시 (제2의 엘리엇을) 막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동현 SK㈜ 사장은 “15년 전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 어렵게 지주회사를 만들었는데, 이제 지주회사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주회사를 유지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지주회사의 장점도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를 두고 한 재계 관계자는 “4%, 5% 식으로 흥정하는 건 곤란하지만 여당이 3% 룰 및 감사위원 분리선임에 대한 완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했다. 손 회장도 이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3% 룰이 가장 문제”라며 “상식선에서 해결되리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민주당은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을 통해 경제계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15일 민주연구원과 국내 주요 기업 싱크탱크 관계자들이 모여 법안 보완에 나설 예정이다.

○ 정기국회 내 처리 방침은 불변

민주당은 ‘3%’ 등 구체적인 숫자에 얽매이진 않겠다면서도 경제 3법의 입법 취지를 현 상태에서 크게 흔들지 않고 처리할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 후반부에 접어든 만큼 권력 기관 개혁에 이은 경제 개혁도 이뤄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며 “(대선 출마를 고려할 때) 임기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이 대표로선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 3법 처리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고 했다. 이날 이 대표와 배석한 민주당 김진표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민주당이 진보 정당이라는 이유로 (취지를) 오해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한 재계 측 참석자는 “이 대표가 ‘열려 있는 스탠스’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였다”며 “다만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일부 보완 및 수정은 할 수 있더라도 경제 3법의 큰 방향과 추진 일정 자체에는 변화가 없을 거란 뜻은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서동일·허동준 기자
#이낙연#헤지펀드#재계 간담회#경제 3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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