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아빠의 명예를 돌려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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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피살 공무원’ 아들, 文대통령에 편지
“보호받아야 할 대한민국 국민 왜 못 지켜줬는지 묻고 싶어요”

북한군에게 피격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의 고교 2년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낸 A4용지
2장 분량의 자필 편지. 이 씨의 친형 이래진 씨가 5일 언론에 공개했다. 이래진 씨 제공
북한군에게 피격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의 고교 2년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낸 A4용지 2장 분량의 자필 편지. 이 씨의 친형 이래진 씨가 5일 언론에 공개했다. 이래진 씨 제공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주십시오.”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자필 편지가 5일 공개됐다. 이 씨의 친형 이래진 씨(55)가 공개한 편지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으로 자신을 소개한 이 군은 “(아빠는) 대한민국의 공무원이었고, 보호받아 마땅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다.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썼다.

이 군은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이 설득력 없는 이유만을 증거로 월북을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이 군은 편지에서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아빠가 180cm 키에 68kg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으로 38km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군은 “제가 다니는 학교에 오셔서 직업 소개를 하실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고, 서해어업관리단 표창장,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장, 인명구조에 도움을 주셔서 받았던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 표창장까지 직접 보았다”고 했다. 이 군은 또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통화를 했고 동생에게는 며칠 후에 집에 오겠다며 화상통화까지 했다. 이런 아빠가 갑자기 실종이 되면서 매스컴과 기사에서는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연일 화젯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군은 아버지에 대해 “평범했던 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며 치매로 아무것도 모르고 계신 노모의 아들”이었다고 소개했다. 이 군은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교 1학년인) 어린 동생은 아빠가 해외로 출장 가신 줄 알고 있다. 매일 밤 아빠 사진을 손에 꼭 쥐고 잠든다”면서 “왜 우리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라고 호소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북한#공무원 피살#문재인 대통령#자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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