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 총책-50대 경제통 중용… 北 ‘핵-경제 병진노선’ 회귀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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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병철-김덕훈 상무위원에 임명… 김정은 최룡해 박봉주와 5인 체제
세대교체 통한 기강잡기 분석
金 “수해복구, 외부지원 허용말라” 南제안 사흘만에 거부 의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무기 개발 주역’ 리병철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50대 ‘경제통’인 김덕훈 신임 내각 총리를 북한 권력 핵심인 상무위원에 선출했다. 핵무력·경제 건설 병진 노선으로의 회귀를 공식화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또 수해 복구와 관련해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고 지시하며 우리 정부의 지원 손짓을 거부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 주재로 13일 열린 노동당 제7기 16차 정치국 회의에서 “김덕훈 동지, 리병철 동지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선거(선출)했다”고 14일 보도했다. 북한 최고 지도부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김 위원장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구성된 3인 체제에서 리 부위원장과 김 신임 총리를 포함해 5인 체제로 확대됐다.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 총책인 리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고속 승진 가도를 달렸다. 지난해 12월 군수담당 당 부위원장과 정치국 위원에 임명된 뒤 4월 국무위원, 5월 당 군부 2인자인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데 이어 석 달 만에 다시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른 것.

이날 회의에서는 또 김재룡 내각 총리가 해임되고 김덕훈이 신임 내각 총리로 임명됐다. 59세로 당 고위 간부 중 젊은 축에 속하는 김 신임 총리는 대안전기공장 지배인, 자강도 인민위원장, 내각 부총리 등을 거친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경제를 챙기면서 핵·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는 병진 노선으로의 회귀를 공식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내각 총리 교체는 세대교체를 통한 분위기 쇄신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역대 최악의 홍수 피해라는 2중고 속에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10월 10일)까지 대내외에 선전할 경제 성과를 마련하기 위해 내부 기강을 잡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김재룡 전 내각 총리는 당 부위원장 겸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까지 수해 복구를 끝낼 것을 지시했다. 이에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올해 경제계획 목표 달성 등 가시적 성과 달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해 복구 사업을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의 성과로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날 “큰물(홍수) 피해와 관련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며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고 방역 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가 10일 북한 수해 지원과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사흘 만에 직접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무조건 안 받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북 지원을 하더라도 외부에 알리지 말고 조용히 보내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번 홍수로 3만9296정보(약 390km²)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고 살림집(주택) 1만6680여 가구, 공공건물 630여 동이 파괴·침수됐다며 피해 규모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국제적십자연맹 측은 북한 내 홍수 피해로 22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은 개성 출신 탈북자가 재입북한 뒤 지난달 24일부터 봉쇄에 들어간 개성시의 봉쇄령도 3주 만에 해제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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