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 위험수위 치닫자… B-1B 등 美전략자산 전개론 힘얻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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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위기]
“대북억제력 통한 경고 메시지 필요”… 브룩스 등 美전직 관료들 한목소리
美, B-52 폭격기 동해 비행 이어 18일은 리벳조인트 수도권서 정찰
대북협상 이유로 축소-연기해온 “한미 연합훈련 원상복구” 주장도

B-52 동해 출격… 대북 경고 나선 美 미 공군 핵심 전략자산인 B-52H 전략폭격기(위)와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들이 17일 동해 일대 상공에서 연합작전을 펼치는 모습을 미 태평양공군사령부가 18일 공개했다. 미군이 B-52H 2대 투입 사진을 공개한 것은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 홈페이지
B-52 동해 출격… 대북 경고 나선 美 미 공군 핵심 전략자산인 B-52H 전략폭격기(위)와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들이 17일 동해 일대 상공에서 연합작전을 펼치는 모습을 미 태평양공군사령부가 18일 공개했다. 미군이 B-52H 2대 투입 사진을 공개한 것은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 홈페이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주도하는 북한의 대남 공세와 군사 도발이 위험 수위로 치달으면서 미 전략자산의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미 양국 모두에서 힘을 얻어가고 있다. 북한이 현 상황을 오판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 고강도 군사 도발을 강행하는 파국적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한미가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통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에 이어 군을 앞세운 고강도 도발 위협 등 대남 파상 공세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핵무장의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핵무력’을 틀어쥔 오빠(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를 뒷배로 삼아 2인자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기 위해 확전을 불사한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작정하고 나선 게 아니냐는 것.

이 때문에 한미가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타깃으로 상정하고 각종 강공 시나리오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필요하면 미 전략자산을 2017년 수준으로 한반도에 재전개하고, 한미 연합훈련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 지한파이자 2017년 한반도 위기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이었던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17일(현지 시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핵폭격기 등 전략자산 전개 및 연합훈련 재개를 통해 북한을 흔들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허드슨연구소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을 몰아내고 한반도를 통일하려는 것”이라며 “우리의 군사적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 강경 기류는 미 의회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의 테드 요호 의원(공화당)은 미 전직의원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정말로 강경한 대북제재 이행과 함께 군사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군 안팎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과 지휘부의 동시다발적 타격이 가능한 B-1B 전략폭격기와 미국의 대표적 핵우산인 B-52, B-2 전략폭격기 등 ‘3대 폭격기 전력’을 한반도에 순환 전개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전날 B-52 전략폭격기 2대가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와 함께 동해 일대에서 연합작전을 전개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이날 미 공군 정찰기 리벳조인트는 수도권 상공을 비행하며 대북정찰 활동을 벌이는 등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정점으로 치달은 2017년 10월에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까지 보내 당시 평양 시내까지 바짝 긴장시킨 바 있다.

주일미군에 배치된 핵추진 항공모함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는 방안도 실행 가능한 옵션이다.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배치된 현존 최강의 전투기인 F-22 스텔스전투기를 오산기지에 잠정 배치해 북한을 압박하는 수순도 검토할 수 있다.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을 할 경우 발사 후 평양에 30분이면 도달하는 미니트맨3 ICBM 시험 발사로 맞대응하는 시나리오도 예상된다.

이와 함께 한미 연합훈련의 재개론도 확산되고 있다. 2018년부터 대북 협상을 이유로 축소·연기해 온 연합훈련을 ‘원상복구’해 북한의 도발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

군 관계자는 “북한의 초강경 공세를 꺾으려면 당장 올 하반기(8월) 연합훈련부터 예전처럼 환원시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미 증원전력 전개와 함께 연합 작전계획(OPLAN)을 원칙대로 적용해 대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군 연구기관의 책임연구위원은 “‘김여정발(發) 위협’의 본질은 한미를 겨냥한 핵위협”이라며 “이를 막으려면 미 전략자산 등 강력한 확장 억제와 연합훈련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한 대남 공세#한미 연합훈련#대북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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