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연설비서관 ‘빈 꽃밭’ 詩에…‘빈 똥밭’으로 받아친 진중권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6월 11일 15시 19분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SNS에 게재한 시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게재한 시.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SNS에 게재한 시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게재한 시.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의전 대통령’이라고 표현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겨냥한 듯한 시(詩)를 게재했다. 진 전 교수도 답시로 맞받았다.

문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메시지를 맡아온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형도 시인의 ‘빈집’을 차용한 ‘빈 꽃밭’이란 시를 올렸다. 신 비서관은 1984년 ‘오래된 이야기’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신 비서관은 “어느 날 아이가 꽃을 꺾자 일군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아이는 더 많은 꽃을 꺾었고 급기야 자기 마음 속 꽃을 꺾어버리고 말았다”고 적었다.

신 비서관은 이 시에 나오는 ‘아이’가 누구인지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문 대통령에 대해 ‘남이 써준 연설문을 읽는 의전 대통령 느낌’이라고 비판한 진 전 교수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 비서관은 ‘빈 집’의 첫 구절인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를 “꽃을 잃고 나는 운다”로 변주하고 “꽃을 피워야할 당신이 꽃을 꺾고 나는 운다, 헛된 공부여 잘 가거라”라고 했다. 이어 “즐거움(樂)에 풀(艸)을 붙여 약(藥)을 만든 가엾은 내 사랑 꽃밭 서성이고 울고 웃다가, 웃다가 울고 마는 우리들아”라며 “통념을 깨는 곳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부조화도, 때론 추한 것도 우리들의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통념을 깨는 곳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부조화도, 때론 추한 것도 우리들의 것이었다. 숭고를 향해 걷는 길에 당신은 결국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지만 꽃을 잃고, 우리는 울지 않는다”라고 마무리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빈 똥밭 -신동호의 빈 꽃밭을 기리며”라고 시작하는 글을 올리며 신 비서관의 시에 ‘답시’로 응수했다.

진 전 교수는 “어느 날 아이가 똥을 치우자 일군의 파리들이 아우성을 쳤다. 아이는 더 많은 똥을 치웠고 급기야 그들 마음속의 똥을 치워버리고 말았다”며 “똥을 잃은 그가 운다”고 했다.

이어 “그림은 그림일 뿐, 너를 위해 비워둔 여백들이여 출세 하나를 위해 기와집으로 기어들어 간 예술혼이여 맘껏 슬퍼해라. 같이 쌀 줄 알았던 아이가 똥을 치우니 그가 운다, 몹쓸 공부는 잘 가라며”라며 신 비서관을 겨냥했다.

끝으로 “똥을 잃고도, 파리들은 울지 않는다. 똥 쌀 놈은 많다며 울지 않는다”며 “아이는 문득 기형도가 불쌍해졌다”고 적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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