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재난지원금 시간표 내밀며 압박… 통합당 기류변화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여권 vs 野 ‘전국민 지급’ 접점 찾나
청와대, 29일까지 추경 처리 촉구… 불발시 긴급재정명령 카드 검토
김재원 “조건 맞으면 심사” 물러서
당내서도 “논란 오래 끌면 부담… 김종인 비대위서 해법 나올수도”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국민 편리성과 신속성을 강조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통과를 전제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일정을 상세히 공개하며 24일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소개하며 미래통합당에 국회의 조속한 추경 통과를 촉구한 것. 강 대변인은 “‘긴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간명한 방식으로 최대한 빨리 국민에게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뜻”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29일까지 추경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 스케줄에 맞춰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9일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하며 직접 국회를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청와대는 기초생활수급자 등에 대해서는 5월 4일부터 현금 지급, 나머지 국민들은 다음 달 11일부터 신청을 받아 13일부터 지급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부금 모집을 위한 특별법안 제출, 지방비 부담 증가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장 동의 등의 조건을 내걸고 “추경 심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 국민 지급으로 추경 예산이 4조6000억 원 늘어나는 가운데 이 중 1조 원은 지자체가 부담하는 지방비가 증액되기 때문이다. 3조6000억 원 규모의 국채 발행 계획도 쟁점이다.

김 위의장이 조건부 추경 심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기존 입장에서 반 발 물러선 것이지만 정부와 민주당에선 “시간 끌기용으로 새 조건을 내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방비 증액에 대해선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도 반대하고 있는 만큼 통합당이 내건 ‘지자체장 동의’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날 국무총리 주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회의에 참석해 “(정부와 지방이) 8 대 2로 매칭을 하게 되면 지방정부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대단히 혼란스럽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비 100%로 지급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은 전날 공동 촉구문에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라”고 말한 바 있다.

지자체장들이 동의하더라도 기획재정부가 밝힌 3조6000억 원의 적자국채 발행이 다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곳간지기(기재부)는 돈이 없다고 하는데 총선서 표를 얻으려고 함부로 약속한 여당은 나라 곳간을 털어먹으려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추경 통과 시한으로 제시한 29일에 대해서도 통합당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추경 통과에 계속 반대하면 통합당을 배제하고 추경안을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선거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던 ‘4+1 협의체’를 재가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모두 낙선한 민생당 의원들의 협조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와 여당은 임시국회 회기인 5월 15일까지 추경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양한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통합당이 계속 추경 처리를 미루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막아 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이 때문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 후 정치적 해법이 모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합당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 논란이 장기화되는 것은 우리 당으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비대위가 세워지면 논의를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에 이른다 하더라도 기부금 모집과 활용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 특별법을 새로 만들고 이를 통과시키면 실제 지급일은 5월 10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김지현·유성열 기자
#코로나19#긴급재난지원금#추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