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 ‘삼국지’ 사랑…리커창 “그래도 우린 싸우는 사이 아냐”

  • 뉴스1
  • 입력 2019년 12월 24일 2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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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모인 한중일 정상들이 발언에 나설 때마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가장 많이 언급한 소재는 중국 고대 소설 ‘삼국지’(삼국연의)였다. 청두가 삼국지 속 촉한(蜀漢)의 수도로 유명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23일 오후 청두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이곳 청두는 한국인에게도 삼국지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유구한 역사의 도시답게 아름답고 역동적”이라며 “자연과 사람, 전통과 혁신의 조화 속에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관문이자 내륙과 국제물류의 허브도시로 발전해왔다”고 평가했다.

이튿날인 24일에도 한중일 정상들의 삼국지 사랑은 이어졌다 .

리 총리는 24일 오전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청두에 오시면 중한일 친구 여러분들이 모두 다 여기는 중국의 유명한 소설인 삼국연의에서 많이 언급되는 곳이라는 것을 상기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같은 행사에서 “한중일을 이어주는 수많은 연결고리 가운데 삼국지만한 것이 없을 것”이라며 “대의명분을 중요하게 여긴 유비의 덕치와 제갈량의 충의는 동양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어젯밤 청두시에 발을 내디뎠고, 청두시를 수도로 한 촉나라를 포함한 삼국시대의 영웅들을 떠올렸다”며 “일본에서는 삼국시대를 소재로 한 소설과 만화가 아주 많이 있어 많은 일본 사람들이 영웅들의 지혜나 활약에 가슴을 뛰게 했다”고 친근감을 표했다.

이어진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리 총리는 “방금 전 다함께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했는데 우리 세 사람이 연설에서 모두 중국의 삼국연의를 언급했다”며 “중국의 삼국연의는 세계에서 유명한 소설이다. 특히 우리 이웃나라들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모두발언에서 “이곳 청두는 일본에서는 삼국지의 촉나라의 중심지로서도 유명하다”고 거듭 언급했고, 문 대통령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덕치를 펼쳤던 유비의 정신처럼 3국 협력도 국민들의 삶을 이롭게 하는 덕치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거들었다.

한중일 3국이 널리 함께 공유하는 문화로서 소설 삼국지가 한중일 3국 정상간 공감대를 넓히는 데 톡톡히 역할을 한 셈이다.

다만 리 총리는 삼국지 언급이 여러 차례 거듭되자 ‘위·촉·오’ 세 나라의 전쟁을 다룬 삼국지의 내용이 마음에 걸리는 듯 “그때 당시의 3국은 중국 국내의 분열 경쟁”(한중일 정상회의 모두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리 총리는 “현대의 중한일 3국 간의 관계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삼국연의에서 나오는 서로 싸우는 방법을 이용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우리는 함께 협력해 ‘동주공제’(同舟共濟·한마음으로 같은 배를 타고 건넌다) 무대가 되어야 한다. 서로 싸우는 사이가 아니다”라며 “삼국연의에 나오는 지혜와 신의를 지키는 것을 함께 공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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