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난항인 듯…北, 군사도발 후 처음으로 美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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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참관 모습. (조선중앙TV 캡처화면) © 뉴스1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참관 모습. (조선중앙TV 캡처화면) © 뉴스1
북한이 군사 도발 국면에서 처음으로 미국을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북미 간 물밑 대화가 난항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6일 오전 발사체 발사와 함께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과 우리 측을 향해 “새로운 조미(북미)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한 6.12 조미 공동성명과 판문점 선언, 9월 평양 공동선언을 위반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주장은 지난달 16일 ‘취소’를 요구한 한미의 연합전 구급 지휘소 훈련(CPX)에 대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한미 합동훈련의 취소와 북미 실무협상 개최를 연계했다.

이후 북미는 열흘 간 물밑 접촉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별 성과가 없었는지 북한은 지난달 25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신형 KN-23 계열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공세의 톤을 높였다.

다만 북한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한 보도에서는 미국을 빼고 우리 측만 비난 대상으로 삼았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발사에 참관한 소식을 전하며 김 위원장이 “남조선 당국자가 사태 발전 전망의 위험성을 제때에 깨닫고 최신 무기 반입이나 군사연습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라고 말했다며 “남조선 당국자는 평양발 경고를 무시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북한 보도로 북미가 지속적으로 물밑 접촉을 이어가며 한미 합동훈련의 톤과 북미 대화 재개 시점을 조율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신형 방사포’의 발사 소식을 전한 지난 1일 보도에서도 “이 무기의 과녁에 놓이는 일을 자초하는 세력들에게는 우리의 시험 사격 결과가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고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약 250km를 날아간 방사포의 사거리를 감안하면 북한의 ‘과녁’은 남측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을 향한 비난은 이번에도 없었다.

지난 2일 발사한 신형 방사포와 관련한 3일 보도에서는 북한은 아예 우리 측도, 미국도 비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북한의 군사 도발은 내부 정치에 무게가 실린 것이며 북미 대화의 진척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5일 한미 합동훈련이 사실상 공식 일정을 시작하자 이날 거세게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에 대한 실망감과 남측을 향한 위협 메시지를 강도 높게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미사일 혹은 신형 방사포를 발사한 당일 대외 메시지를 낸 것도 이례적이다. 통상 발사 하루 뒤 관영 매체를 보도에서 관련 언급을 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난 65년 간 매년 한미 합동 군사연습이 진행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마치 지난 2주 간의 군사 도발 기간 동안에는 참았다는 듯이 과거 역사까지 언급하며 미국을 향한 비난을 터뜨린 것은 이번 한미 합동훈련의 취소를 한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로 삼으려 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미국이 싱가포르 조미(북미) 수뇌회담과 판문점 조미 수뇌 상봉을 비롯한 여러 계기들에 수뇌급에서 한 합동 군사연습 중지 공약은 안중에도 없이 최신 공격형 무장장비들을 남조선에 대대적으로 끌어들이면서 우리를 적대시하는 군사적 긴장상태를 고취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미국이 북미 두 정상의 합의조차 위반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언급으로 보인다.

북미가 지난 6월 30일 판문점 정상회동 이후 얼마나 자주 물밑 접촉을 가졌으며 어느 정도의 심도 있는 대화를 했는지는 미지수다.

특히 북한의 군사 도발 국면에서 한미 합동훈련에 대해 양 측이 대화를 했을지 여부도 주목할 부분이다.

일단 이날 북한의 반응으로 미루어 봤을 때 북미 간 물밑 접촉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미 합동훈련이 끝날 때까지 북미 간 대화 창구도 일단 닫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는 지난 5일부터 합동훈련의 사전 준비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Crisis Management Staff Training)을 시작으로 20일까지 CPX를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소 이달 말까지는 북미 대화의 가시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의 추가 도발도 예상된다. 북한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의 발사에 대한 미국의 사실상의 ‘용인’에도 불구하고 이날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무심히 대하면서 요행수를 바란다면 우리는 그들이 고단할 정도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대화 상대방을 겨냥한 전쟁 모의판이 벌어지고 있는 때 건설적인 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며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맥을 뽑으면서 소득 없는 대화를 할 필요도 없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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