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긴 패스트트랙…대화와 타협 아닌 정치실종 확인

  • 뉴스1
  • 입력 2019년 4월 30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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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지정 후폭풍에 여야 대화의 문 굳게 닫혀
한동안 여야 대화 실종될 듯…정상화 전망엔 전문가도 엇갈려

정치는 실종되고 갈등과 반목만 남았다.

선거제도 개편 및 사법제도 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패스트트랙 정국’이 결국 상처만 남긴채 마무리됐다.

당장 패스트트랙 지정 후폭풍에 여야 간 대화의 문이 굳게 닫혀버렸다. 대화의 문이 언제쯤 열릴지도 예단하기 쉽지않다.

특히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나온 폭언과 몸싸움에 따른 고발전에도 불이 붙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6일 한국당 의원 18명과 보좌진 2명을 국회법 위반 등으로 고발한 데 이어 29일 의원 19명과 보좌진 2명을 추가 고발했다. 3차 고발 가능성도 열어놨다.

민주당은 이번에 국회선진화법을 어긴 부분에 대해 확실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지 않을 경우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당도 맞고발로 대응에 나섰다. 한국당은 지난 27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 17명을 공동상해 혐의로 고발했고, 30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모욕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같은 공방 속에 오는 5월 7일까지로 예정된 4월 국회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평가다. 게다가 지난 25일 정부가 제출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여야의 논의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등 노동법안을 비롯해 통과가 시급한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동력도 싸늘하게 식어버린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의 법안 처리가 무한정 표류하는 것을 막고 법안의 신속처리를 위한 제도인 패스트트랙이 역설적으로 여야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물론 선거제도 개편 및 사법제도 개혁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됐다 하더라도 앞으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충분히 좋은 안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실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30일 이들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한국당과 더 성실하게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공정한 나라를 위해 5당이 함께 손을 잡고 합의안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민주당 등 여야4당이 수적 우위를 무기로 전 과정이 불법인 패스트트랙을 관철시켰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의회 폭거로 보고 강력한 대여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당장 광화문 ‘천막당사’를 비롯한 장외투쟁 방법이 거론되고 있으며 주말 간 이어왔던 대규모 규탄 집회 등도 전국을 돌며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30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은 실종됐고, 힘을 앞세운 폭력과 독재가 국회를 유린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의회민주주의에 조종을 울렸다”며 “지금은 눈물을 머금고 떠날 수 밖에 없지만 전국을 돌며 이 정권의 독재 실상을 낱낱이 알리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국이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한동안 여야 대화는 실종될 전망이다.

여기에 여야 모두 정국의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가 뚜렷해 타협점을 찾는 것도 쉽지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충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기싸움의 성격도 내포하고 있어 국회정상화가 쉽게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냉각기가 있겠지만 여권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국당이 먼저하기는 그렇다. 지금으로서는 명분이나 퇴로가 없다. 못 이기는 척해도 여당이 먼저 하는게 낫다”고 밝혔다.

윤 실장은 냉각기가 어느정도 이어질 것 같으냐는 질문에 “시간이 길어질수록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2주 안에는 양측 모두 어떻게든 마지못해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시점인 다음달 8일 이후에는 대화의 장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양측의 골을 쉽게 메울 수 없다는 반론도 있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국당은 내년 총선이 일대일 구도로 가야 승산을 갖게 된다. 그러려면 중도를 와해시켜야 하기 대문에 투쟁을 강하게 할 것”이라며 “그래서 협치가 잘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이해찬 대표가 한국당에 함께 하자고 하는 것은 정개특위, 사개특위에 한국당이 동참해야 힘이 실리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패스트트랙을 탔기 때문에 한국당은 거기에는 안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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