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군 확보’ 김정은 다음 행보는…남·북·미 대화 재개 시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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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8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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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러 행보 강화 계기 ‘협상 다각화’ 계산 후 본격 행보 나설 듯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언제 복귀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집권 후 첫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우군 확보’ 행보를 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비핵화 협상에 있어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받아내는 수확은 거뒀다.

러시아는 과거 북핵 문제가 6자 회담의 틀에서 진행될 때는 이른바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에 영향을 미쳤던 당사국이기도 했다.

대북 제재 문제가 본격 의제로 떠오르며 북미 양자의 협상으로 진행되는 지난 1년 간의 비핵화 협상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행보를 보이진 못했으나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정 수준의 ‘영향력’ 발휘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군 확보’ 못지않게 북한이 얻은 큰 소득은 향후 협상 재개까지의 시간을 벌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으로 비핵화 문제에 있어 러시아의 ‘개입’ 폭을 넓히며 협상의 흐름을 자신 쪽으로 돌리려는 행보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대화 재개를 위한 메시지를 내는 한국(남측)과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는 미국에 대해 “우리는 대화할 상대가 또 있다”는 메시지를 낸 셈이다.

러시아의 강력한 지지 메시지가 나오면 한미가 일단 국면을 예의주시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해 이 같은 북한의 의도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특히 4.27 판문점 정상회담 1주년 계기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이를 통한 북미 대화 재개 시점을 엿본 우리 측의 입장에서는 작전 변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북한은 남북, 북미 대화의 재개 시점을 놓고 정상회담 이후의 러시아의 행보를 철저히 ‘계산’하며 전략을 조율할 가능성이 높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26일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미국 측에 알렸느냐’는 질문에 “어떤 경우에든 (푸틴) 대통령과 대표단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서 돌아온 후에 그런 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비핵화 협상에 있어 대화 당사자로 역할하겠다는 나름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북미 간 협상에서 또 다른 차원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며 ‘협상 다각화’ 전략을 꾀할 수도 있다. 특히 북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 관련 러시아의 대북 기술적 지원’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원하는 북한의 조치(비핵화의 구체적 조치)와 관련한 러시아의 지원이 실제로 구체화될 경우 러시아가 대화의 판에 끼는 것에 대해 미국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정보로 확인된 사안은 아니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비핵화 협상은 북미 양자 타결을 중심으로 러시아의 기술 지원, 한국의 경제적 지원이 더해져 추동력을 높이는 구도로 이뤄질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 후 통일전선부의 수장을 교체했다. 또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서는 외교 채널을 통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지난 1년 간 전통적 북핵 채널인 외무성이 아니라 대남 채널을 겸한 통일전선부가 비핵화 협상을 주도한 것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남북미 3자 간 대화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 통전부의 수장으로 임명된 장금철은 과거 대남 교류와 관련한 채널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대남 대화의 의제를 ‘비핵화 협상’ 자체에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의 남북 교류 확대’ 정도로 축소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전달받는 대로 대화 재개를 위한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26일 밝힌 첫 입장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비핵화를 위한 노력에 도움을 주고 있다”라는 발언을 했다.

구체적인 설명이 뒤따른 발언은 아니었으나 일단 ‘유화적’ 메시지를 통해 현 상황을 ‘정체’로 규정하기보다 최대한 북미 비핵화 협상에 유리하게 가져가겠다는 나름의 의도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국면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의 첫행보가 무엇이냐에 따라 국면의 전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이 남북 대화에 먼저 나선다면 ‘중재자’로서 우리 측의 역할이 재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협상의 ‘다각화’ 행보를 염두에 두고 대화를 재개할 경우다.

미국과의 양자 대화 재개를 먼저 추진하는 것은 비핵화 협상에 대한 영향력 차원에서 우리 측의 입장에서는 다소 불리한 시나리오다. 일시적으로는 ‘중재자’, ‘촉진자’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도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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