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정국 기름부은 靑 마이웨이… 與일각 “조-조 꼭 지켜야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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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박영선-김연철 임명 강행 수순

청와대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하기로 한 것은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정호, 조동호 전 장관 후보자 외 추가 낙마자가 나올 경우 사실상 개각 수준의 후속 인선을 해야 하는 만큼, 내각 구성을 조속히 완료해 각종 정책을 속도감 있게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야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조현옥 인사수석을 그대로 유임시키는 것도 “야당의 공세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의 기싸움이 예상보다 앞당겨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국회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7일까지 재송부 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송부는 절차일 뿐, 청와대는 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태세다.

임명은 이르면 8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열리는 국무회의부터 새 장관을 참석시켜 인사 정국을 마무리짓고, 10일부터 시작되는 미국 워싱턴 방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임명 강행이 관례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점은 청와대에도 부담이다. 만약 세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현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미채택에도 불구하고 임명한 장관은 11명으로 늘어난다. 아직 임기 절반을 지나지도 않았는데, 박근혜 정부 때 임명을 강행한 장관(9명)보다 많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산적한 현안이 많아 장관 임명을 더 늦출 수 없다”는 분위기다. 중기부는 문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주무 부처다. 여기에 청와대는 이번 방미를 계기로 독자적인 남북 협력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통일부의 몫이다.

하지만 야당은 청와대가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하고, 인사·민정라인의 문책 요구를 외면한 것을 두고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로 보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앞세울 채비를 하고 있는 야당으로선 강경 투쟁 모드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청와대의 의도와 달리 인사 정국 후폭풍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부터 이어지는 국회의 여야 대치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야당이 조 수석에게 화력을 집중하면서, 조 수석이 총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문제 역시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바른미래당까지 “조 수석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인사·민정라인의 일부 개편은 검토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조 수석을 지키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며 “적잖은 의원들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지만 청와대가 워낙 완강해 대놓고 이야기는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홍정수 기자
#대치정국#박영선#김연철#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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