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 대통령 탄핵 2년’ 한국당에 드리운 여전한 ‘박근혜 그림자’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9일 2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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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朴心' 논란, 전대 컨벤션 효과 잠식
사면 필요성 본격 거론…여론 역풍 가능성
박근혜 극복 못하면 보수권 분열 부를 수도

‘탄핵 2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9일, 정치권에서는 영어(囹圄) 의 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여전히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을 떠돌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게 나온다. ‘흑역사’를 탈피하고 제1야당의 위상 정립에 전념해야 할 당이 여전히 ‘박심’(朴心·박근혜 전 대통령 마음)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현실을 반증한 것이라는 뼈아픈 지적이다.

실제로 국정농단과 탄핵정국을 거쳐 한동안 잠잠하던 ‘박근혜 그림자’는 당의 운명이 기로에 선 순간에 다시 등장했다. 보름 전에 끝난 전당대회(전대)가 대표적인 예다. 유영하 변호사가 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철 지난 ‘박심’ 논란을 되살렸다. 진의를 따지기 쉽지 않은 불분명한 메시지였지만 전대 판세는 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크게 출렁였다.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거물급 주자들도 ‘진박’(眞朴·진짜 친박) ‘배박’(背朴·배신한 친박) 논란을 벌여 난데없이 옥중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전당대회로 소환했다. ‘박근혜 전대’나 다름없다는 혹평까지 나오면서 전대 컨벤션 효과(주요 정치행사 직후 지지율이 치솟는 현상)는 잠식됐다.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 지도부가 들어섰지만 당의 중심에는 여전히 박근혜 그림자가 존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349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되자,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 내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황 대표는 지난 7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박 전 대통령 사면 여부에 대해 “오래 구속돼 계시고 건강도 나쁘다는 말씀을 들었다. 구속돼서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의 여러 의견들이 감안된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표직에 오른 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공론화 한 것은 처음이다.

같은 날 나경원 원내대표도 KBS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의 형(刑)이 지나치게 높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국민들께서 많이 공감하실 것 같다”며 “사면 문제는 결국 정치적인 어떤 때가 되면 논의를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나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많은 사안이 소위 정치적으로 과하게 포장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며 “때가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해줘야 한다. 그렇게 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박근혜 사면’ 카드를 꺼낸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가 보수대통합 방안으로 구상하는 ‘빅텐트’의 기반 다지기라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을 위로하기 위한 인간적 의리나 정치적 수사(修辭)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황 대표가 박근혜 정부 시절 초대 법무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해 한때 ‘박근혜의 남자’였다는 점에서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박근혜 그림자가 ‘도로친박당’, ‘도로탄핵당’으로 회귀하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만큼 경계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모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언급하면서도 에둘러 촉구한 모양새는 여론의 역풍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2년을 맞은 현 시점에 박근혜 그림자가 한편에 드리우고 있지만 당 내 전반적인 기류는 박근혜를 넘어야 한국당이 살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옥중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이 ‘복심’을 내세워 현실정치에 계속 미련을 버리지 못할 경우 한국당 뿐만 아니라 보수권 전체의 분열을 다시 재점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기도 하다.

비박계 한 중진 의원은 “당내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석방을 바라는 일부 의원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당의 지배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지도부가 왜 박근혜 사면 얘기를 꺼내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지금은 사면을 논할 때가 아니다. 당이 반성하고 계속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1야당으로서 위상을 살려야 할 때다”라고 충고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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