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입당 44일만에… ‘탄핵 프레임’ 뚫고 여유있게 승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당 새 대표 황교안]득표율 50%… 오세훈과 18.9%P 격차
오세훈, 일반 여론조사에선 과반 차지
황교안, 중도층-비박으로 확장이 과제

제1야당 이끌 새 지도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왼쪽에서 네 번째)가 당 대표로 선출됐다. 황 대표가 김광림 김순례 조경태 정미경 신보라 최고위원(왼쪽부터)과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황 대표는 “내년 총선 압승과 2022년 정권 교체를 위해 승리의 대장정을 출발하겠다”고 말했다. 고양=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제1야당 이끌 새 지도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왼쪽에서 네 번째)가 당 대표로 선출됐다. 황 대표가 김광림 김순례 조경태 정미경 신보라 최고위원(왼쪽부터)과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황 대표는 “내년 총선 압승과 2022년 정권 교체를 위해 승리의 대장정을 출발하겠다”고 말했다. 고양=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44일 전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대세론을 입증하는 선거로 결론 났다. 황 대표는 탄핵으로 막을 내린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총리, 대통령권한대행이었기 때문에 “당이 다시 ‘탄핵 프레임’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당심(黨心)은 시급한 당의 구심점 구축과 대선주자가 안 보인다는 ‘불임 정당’의 오명부터 벗는 길을 택했다.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전당대회장에서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곳곳에서 감탄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황 대표의 눈도 커졌다. 선거운동 기간에 이미 당 안팎에선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이라는 말이 돌긴 했지만, 황 대표(득표율 50%)와 2위 오세훈 전 서울시장(31.1%)의 격차(2만6060표·18.9%포인트)는 당 안팎의 관측보다 컸다.

황 대표와 함께 최고위원으로 뽑힌 김순례 김광림 신보라 의원 등도 친박(친박근혜) 성향으로, 이날 선출된 당 지도부 6명 중 4명이 범친박인 셈이다. 게다가 ‘태극기 부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김진태 의원이 당원 투표에서 2위 오 전 시장(22.9%)과 엇비슷한 21.8%까지 표를 얻은 것을 감안하면, 당내 친박 세력의 입지가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불과 1년 전 홍준표 대표-김성태 원내대표 체제에서 주류였던 비박(비박근혜)이 이선후퇴하고 친박이 다시 주도권을 잡은 것이다.


유일한 비박 주자였던 오 전 시장의 패배로 비박, 복당파 세력의 위축은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당원투표에서 열세를 보인 오 전 시장은 30% 비중의 일반 국민 여론조사 선거에선 과반(50.2%)을 얻어 황 대표(37.7%)를 크게 제쳤다. 이는 황 대표의 약점 중 하나로 지적됐던 수도권·중도층 확장성 문제, 탄핵 프레임 문제가 일부 노출된 것. 일각에선 추후 상황에 따라 비박이 세력 확장을 노리면서 이런 요소를 문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오 전 시장의 역할론도 거론된다.

지난달 15일 입당 당시 황 대표는 탄핵 프레임 탈출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엔 “통합이 중요하다”는 답만 되풀이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TV토론에서 “입장을 명확히 하라”는 오 전 시장과 김진태 의원의 압박으로 ‘탄핵 부정 논란’이라는 늪에 빠지기도 했지만 대세론이 꺾이진 않았다.

황 대표는 전대 후 수락 연설 등에서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는 전투를 시작하겠다. 자유우파의 대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밝혔고, 현 정부에 대한 ‘신적폐저지특별위원회’ 설치도 강조했다. 대여투쟁과 보수통합을 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황 대표 체제가 순항할지 판가름할 시험대에 벌써 올라섰다는 말도 나온다.

당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 및 4월 국회의원 재·보선, 5·18 폄훼 발언 논란을 일으킨 김진태 김순례 의원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론 보수통합을 위해 당내 비박 세력과의 관계 설정 문제, 나아가 바른미래당 등을 아우르는 ‘보수 빅텐트’를 펼칠 수 있느냐가 황 대표의 주요 숙제가 될 듯하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부터 보수진영 전반에 형성된 ‘황교안 구원투수론’ 덕에 당권을 잡긴 했지만, 전대 과정에서 드러난 허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노출된 현안에 대한 애매모호한 스탠스, 여전한 배박(배신한 친박) 프레임,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야당의 검증 공세 등을 극복해야 ‘정치 신인’ 당 대표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우열 dnsp@donga.com / 고양=홍정수 기자
#자유한국당#전당대회#황교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