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평양서 사흘째 깜깜이 협상 왜…‘성과’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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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8일 1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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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느라 2박3일 있을 순 없어…성과냈을 것”
밀당? 과감한 美제안? 길어지는 협상에 관측 다양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한하고 있다.  2019.2.3/뉴스1 © News1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한하고 있다. 2019.2.3/뉴스1 © News1
제2차 북미정상회담 ‘전초전’을 위해 협상팀을 이끌고 방북한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현재까지 평양에 머물고 있다. 6일 오전 10시쯤 비행기를 타고 평양에 도착한 뒤 약 48시간째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비건 대표가 이끄는 협상팀은 카운터파트인 김혁철(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과의 회담을 위해 평양에 있다”며 “협상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8일 오전 비건 대표가 아직 평양에 있다고 확인했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평양 실무회담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완전한 비핵화, 북미관계의 변화, 항구적인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등 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추가로 진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비건 대표가 언제 평양에서 돌아오느냐는 질문엔 “더 이상 밝힐 게 없다. 업데이트가 있으면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협의 중인 안건에 대해선 “정상회담과 회담 의제에 대해 앞질러 말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비건 대표 등 미국 실무협상팀의 방북 소식을 일절 전하지 않고 있다.

북미 간 실무회담이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일단 방북 기간이 길어지는 건 협상이 잘 풀리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란 관측이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서로 말싸움하느라고 2박3일 있을 수는 없다”며 “(36시간 이상 체류하며 회담했다면)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협상팀이 귀환 시점을 정하지 않고 북한의 심장 ‘평양’에 들어간 이틀 이상 머무는 건 이례적이다. 제1차 북미정상회담 전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성 김 당시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가 판문점에서 ‘출퇴근 협상’을 벌였다. 지금껏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은 당일치기 또는 1박2일 일정이었다.

정 장관은 “첫날은 좀 밀고 당겼을 것이나 다음날, 7일부터는 문안 조정(에 들어갔을 것)”이라며 “이번에 매듭을 짓고 온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달 말까지 북미가 추가로 대화할 수 있지만, 주요 안건은 이번 평양 실무회담에서 대부분 협의했을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 역시 7일(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건 대표가 평양에 남아서 북한 측과 비핵화의 실질적인 사안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했다.

다만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비핵화 정의, 과정, 조치, 시간표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한 중대한 합의가 이뤄지기는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며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실무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RFA가 전했다.

이번 실무협상이 판문점이 아닌 평양에서 진행 중이란 점에 주목해 비건 대표가 북한에 과감한 결단을 요구하는 ‘딜’을 제안했을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북한 협상 대표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최고위급과의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회담 장소를 평양으로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라면 비건 대표는 방북 전 폼페이오 장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대북 협상안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상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대북 협상에 관한 한 전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비건 대표가 어떤 결과물을 들고 귀환할지는 미지수다. 비건 대표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한 강연 등으로 미뤄볼 때 미국은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 대북 인도적 지원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제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우리는 제재완화는 비핵화에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혀왔다”며 제재에 완고한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북한의 비핵화 카드에 따라 제재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달라질 수 있다.

비건 대표는 스탠퍼드대 강연 때 “북한은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 해체 및 파괴를 약속하면서 ‘그리고 더’(and more)라는 말을 더했다”며 북한이 +α를 시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이행하기 위해선 이들(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 이상으로 할 게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비건 대표는 “비핵화 과정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 전에 포괄적인 신고를 통해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수준을 완전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이 이번 실무회담에서 북한에 핵 신고 시점을 특정하는 비핵화 로드맵을 짤 것을 요구하거나, 징검다리 성격의 개괄적 핵 신고를 요구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북한이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반드시 실질적인 경제보상을 반대급부로 받아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이르면 이날(8일) 평양에서 귀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의 북핵협상 수석대표인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8~9일 서울에 파견돼 비건 대표와 이도훈 본부장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북미 협상에 밝은 한 여권 관계자는 7일 “비건 대표가 이번주 토요일인가 일요일인가에 오면 (북미 실무협상 내용에 대해 우리 정부에) 다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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