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폭행 사건과 관련해 측근을 동원, 피해자들을 회유·압박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녹취 파일을 통해 드러났다.
SBS가 16일 공개한 녹취 파일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녹취 파일과는 다른 것으로, 전 교수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폭행 혐의를 은폐·축소하기 위해 측근을 통해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녹취 파일에 의하면 전 교수는 심 선수 외 다른 폭행 피해자의 소송 취하를 위해 피해자의 남자친구를 비롯한 지인들을 찾아 압박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피해자) XXX와 제일 친한 애를 찾아봐야지. 가장 가까운 애를, 걔를 골머리 아프게 만들어야 해”라고 말했다.
이어 심 선수 및 다른 폭행 피해자측을 설득하라는 지시 내용은 압박을 넘어 협박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는 “조재범이 구속됐잖아. ‘이제 그만해야지 너(심석희)’ 이 말을 누가 해줘야 하지 않느냐 이거야”라며 “너희가 그러면 이제 거꾸로 가해자야 너희가, 피해자가 아니라. 그래 안 그래? 그런 식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는 거야. 얼음판에서 너희가 어떻게 살려고 말이야”라고 말했다.
또 전 교수는 조 전 코치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한체대 출신 선수들을 비롯한 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도 탄원서를 쓰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제자) XXX이도 탄원서 하나 쓰라고 할게. 체대도 썼어. 대표팀 애들도 썼어”라고 말했다.
실제 심 선수를 제외한 다른 폭행 피해자 3명은 조 전 코치와 합의했다. 이후 조 전 코치의 성폭행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자 그중 2명이 합의를 취소했다.
조 전 코치를 비롯해 폭력과 성추행, 도박 등으로 징계를 받은 전 교수의 제자들은 사건 이후 모두 지도자로 복귀했었다. 또한 현재까지 코치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이 배후에도 전 교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사진=SBS 뉴스 캡처 한편, 전 교수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조재범 전 코치에게 폭행을 당한 심 선수가 폭로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감에서 공개한 녹취 파일에는 “(폭행 피해자들이)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힘들어져야 한다. 압박이 가야 한다”며 “(심석희가) 기자회견하려고 했었는데 내가 막았다”라는 전 교수의 발언이 공개됐다.
한편 전 교수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이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는 3월부터 안식년에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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