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시범철수 GP 현장검증 시작…北 지하시설까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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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2일 0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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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부전선 일대에서 북한 관계자들이 오는 12일 시범철수한 11개 GP(감시초소)에 대한 상호 검증에 앞서 군사분계선(MDL) 내 남북 연결지점에 황색기를 설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News1
지난 9일 서부전선 일대에서 북한 관계자들이 오는 12일 시범철수한 11개 GP(감시초소)에 대한 상호 검증에 앞서 군사분계선(MDL) 내 남북 연결지점에 황색기를 설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News1
남북 군사당국이 12일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철수 감시초소(GP) 11곳에 대한 상호 현장검증을 펼친다. 남북이 상대 GP를 방문하는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9·19 군사합의에 따라 시범적 철수와 파괴조치를 이행한 11개 GP에 대한 상호 현장검증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남북은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GP 시범철수 작업과 관련해 ▲모든 화기 및 장비 철수 ▲근무인원 철수 ▲시설물 완전파괴 ▲상호검증 등 4단계로 나눠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 상호검증은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남북은 시범철수 11개 GP의 현장검증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각각 11개 검증반에 77명씩 총 154명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투입해 상호검증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GP 1곳마다 7명으로 구성한 검증반이 투입되며 검증반은 대령급(북측 대좌급)을 반장으로, 검증 요원 5명과 촬영 요원 2명으로 구성된다.

상호검증은 남북 검증반이 미리 합의된 군사분계선(MDL) 상의 연결지점에서 만나 상대측 안내에 따라 해당 초소 철수현장을 직접 방문해 철수 및 철거 상황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남북은 현장검증에 앞서 검증반이 GP를 도보로 왕래하며 검증할 수 있도록 우리 측 GP와 북측 GP를 잇는 오솔길을 개설했다.

검증반의 이동통로인 오솔길에는 남북의 현장검증반과 안내요원들이 만날 장소를 표시하기 위해 가로 3m, 세로 2m 크기의 황색수기를 설치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측은 이날 오전 지난 10여 일 동안 개척한 11개의 임시통로를 이용해 군사분계선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우리 측 검증반은 오전 9시께 군사분계선상 황색수기 지점에서 북측 안내요원을 만나 북측 GP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검증작업을 통해 우리 측은 북측 GP의 ▲화기·장비·병력 철수 여부 ▲감시소·총안구 등 지상시설물 철거 상태 ▲지하 연결통로·입구 차단벽 등 지하시설물의 매몰과 파괴 상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지난달 진행된 GP 파괴 작업에서 우리 측은 일부 GP를 제외하고 대부분 중장비를 사용해 철거한 반면, GP 하부에 지하시설이 많은 북측은 대부분 폭약을 이용해 파괴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북측 GP의 경우 폭파 작업으로 매몰된 지하 공간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만 향후 군사적으로 다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 파괴됐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하시설의 완전 파괴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장비도 투입한다.

오후에는 북측이 우리 측 검증과 동일한 방식으로 우리 측의 GP를 방문해 현장검증을 실시하게 된다.

원형이 보존되는 남북 각 1개 GP에 대한 검증도 진행된다. 우리 측은 역사적 가치 등을 고려해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후 최초로 설치된 강원 고성군에 위치한 동해안 GP를 보존하기로 했다. 이곳은 북측 GP와 580m 거리에 있다.

북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3년 6월 방문한 중부전선의 까칠봉 GP를 보존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까칠봉 GP는 우리 측 GP와 불과 350m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남북은 검증을 통해 해당 시범철수 GP가 다시 쓸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파괴됐다고 확인되면 이에 대한 자체 평가를 거쳐 군사실무접촉 등을 통해 한 단계 진전된 조치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번 GP철수의 경우 남북이 11개씩 동수(同數)로 진행됐다”며 “다음 GP철수는 남북이 지역을 정해서 해당 지역의 GP를 철수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역과 범위 등에 대해 남북 간 협의가 필요한 만큼, 현재 남북이 추진하고 있는 군사공동위원회나 추가적인 군사회담 등을 통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이번 검증을 통해 그동안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북측 GP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수집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방부는 “남북의 현역군인들이 비무장지대 내 오솔길을 만들고, 군사분계선(MDL)을 평화롭게 이동하는 것은 분단 이래 처음 있는 일로 남북군사당국의 합의 이행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의미있는 조치”라며 “이번 상호 현장검증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을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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