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경제시찰 나선 北리종혁, 자율주행차 탑승 뒤 “우리가 실험동물 된 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5일 2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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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이틀째인 15일 판교테크노밸리 등 경제 시찰에 나선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이 대북제재 국면으로 인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아시아 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참석 차 방한한 리 부위원장과 만찬을 마친 뒤 “(남북 간에)실질적 교류협력이 돼야 하는데 제재 국면 때문에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또 “교류협력의 확대에 대해서 아주 관심이 높고 좀 더 빠른 진척을 원하는 느낌이었다”고도 말했다.

북측 인사로는 11년 만에 남한 경제 시찰에 나선 리 부위원장 등 대표단은 앞서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와 스마트팜 등을 찾았다. 판교테크노밸리에서 경기도가 제작한 자율주행 11인승 미니버스인 ‘제로 셔틀’을 1.5km 구간에서 10여 분간 탑승한 뒤 리 부위원장은 “마침 (제로 셔틀이) 시험단계니까 우리가 실험동물이 된 셈이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여당 관계자는 “(리 부위원장이) 다소 긴장이 많이 됐지만 흥미로웠다는 소감을 전했다”고 귀띔했다.

북측 대표단은 수시로 남북경협에 대한 속도감을 여러 번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산림 협력은 물론 향후 백두산 관광이 재개됐으면 좋겠다”는 의사도 비쳤다고 설명했다. 송명철 아태위 정책부실장은 “남측이 행사를 많이 열고 나무를 많이 심는 게 아니라 시설 같은 것들을 지원해 달라. 물고기를 주지 말고 낚시대와 배 같은 걸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정부 측 인사와의 만남도 자제한 리 부위원장은 방한 내내 민감한 정치 사안에 대한 논의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이날 환영만찬에 함께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만찬 이후 리 부위원장과 배석자 없이 20여분 간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남북 국회회담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런(남북 국회회담) 이야기는 없었다. 그건 내가 하는 일이 아니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하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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