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리선권 ‘냉면 목구멍’, 좋은 의도로 웃자고 한 말… 이 정도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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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8일 1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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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사진=동아일보DB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사진=동아일보DB
2016년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56)는 7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냉면 발언’ 논란에 대해 “이번 사건을 놓고 북한으로부터 공식 사죄를 받아내거나 리선권의 인사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개인 블로그 ‘태영호의 남북행동포럼’에 올린 ‘리선권 국수 목구멍 발언, 민족화해 입장에서 바라보자’는 제목의 글의 글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사실 리선권의 냉면발언을 처음 들었을 때 과연 사실인가, 사실이라면 좌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리선권이 남측 대기업 총수들 앞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면 전후 맥락에 관계없이 좀 오만무례한 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북한에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가’라는 발언은 부모가 자식들에게, 상급이 하급에게 늘 하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듣고 불쾌해하거나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리선권이 우리 대기업 총수들과 국수를 함께 먹으러 왔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사전에 계획된 ‘의도적인 도발’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북한도 간부들에게 주민들 앞에서 항상 언어 예절을 잘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리선권도 좋은 의도에서 웃자고 한 말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가 일했던 북한외무성에서도 2000년대 초까지 김정일에게 보고하는 문건에 미국은 ‘미국놈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중국것들, 러시아것’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야 당에 대한 충실성도 높고 자주적대도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라며 “나중에 김정일이 강석주 1부상에게 일반 주민들은 그렇다 치고 점잖게 행동해야 할 외교관들까지 그런 야비한 표현을 쓰면 앞으로 외교활동 시 실수할 수 있다고 경고해 그 다음부터 ‘미국놈, 중국것, 러시아것’이라는 표현들이 없어졌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만일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공식 사죄를 받아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마땅히 문 대통령의 평양 비행장 도착시 행사장에 인공기만 높이 뛰여 놓은 문제, 평양정상회담 기념사진 촬영시 한반도 지도 위에 북한 노동당 마크가 있는 배경을 이용한 것부터 문제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도발 의도가 없는 우발적인 문제들까지 사사건건 공식 사죄나 인사 조치를 요구한다면 잘못을 범한 사람을 대중 앞에서 비판하고 처벌하는 북한 노동당식, 중국 공산당 홍위병식”이라면서 “한반도의 통일은 북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부터 시작되며 그러자면 북한의 잘못을 깨우쳐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선권의 냉면 막말이 논란이 된 것을 김정은도 다 알 것”이라면서 “리선권 본인도 자극을 받았을 것이며 앞으로 남북회담에서 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선권의 냉면막말 논란, 이제는 남북화해의 견지에서 이 정도 수준에서 정리하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통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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