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선 “장하성이 날 밀었지만 위에서 탈락 지시했다고 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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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CIO후보였던 곽태선 “김성주 이사장 전화 받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최고투자책임자(CIO) 공모 과정을 둘러싼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의 인사 개입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야당이 장 실장 파면을 요구하며 공세를 집중하는 가운데 청와대는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6일 청와대는 장 실장이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에게 국민연금 CIO에 지원하도록 권유한 것을 부당한 인사 개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연금 CIO가 국민 노후자금 635조 원의 운용책임자인 만큼 장 실장이 자기 나름의 원칙에 맞는 인물을 찾아 지원을 권유한 것으로 부당한 인사 압력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장 실장이 곽 전 대표에게 공모 지원을 권유했더라도 청와대 인사 검증 과정에서 탈락한 만큼 일상적인 인사 추천으로 봐야 한다고도 했다. 청와대 측은 창간 기획을 준비하는 언론사를 예로 들기도 했다. 고위 간부가 기획 취지에 맞는 사례를 발견하고 주무 부서에 “이런 게 있는데 어떻겠느냐”고 얘기했지만 취재 결과 문제가 있어 해당 사례를 보도하지 않은 게 곽 전 대표 건과 유사하다는 것. 장 실장이 추천했지만 곽 전 대표가 7대 인사검증 기준에 미치지 못해 탈락한 게 바로 그 대목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곽 전 대표 측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며 진실게임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곽 전 대표는 이날 공모 절차에서 탈락한 사실을 통보받은 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으로부터 ‘저와 장 실장님은 곽 사장님을 계속 밀었는데 위에서 그런(탈락) 지시가 있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연금 측은 “김 이사장은 곽 전 대표와의 통화 내용에 대해 ‘개인 간 통화라 얘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통화 내용을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야당의 공세도 한층 수위가 높아졌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장 실장이 소관 기관 인사를 청탁이든 압박을 가한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청와대에서,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되는 게 맞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청와대 내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당시 국민연금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반 결정을 현 집권 여당이 정치적 판단이라고 비판해온 만큼 장 실장이 다른 자리도 아니고 국민연금 CIO 임용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면 정치적 역풍이 상상외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청와대에서도 장 실장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내부 경고에도 자꾸 금융권 인사 개입 논란을 낳고 있는 데 대해 비판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경제정책라인 수석비서관 3명을 전격 교체하면서 가뜩이나 힘이 빠진 장 실장의 청와대 내 목소리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장 실장은 이날 오전 다른 일정을 이유로 현안점검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병기 weappon@donga.com·김윤종 기자
#장하성#국민연금#곽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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