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서 마주앉은 문재인 대통령 ‘복심’-김정은 ‘집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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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위한 의전-경호 실무회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의 ‘복심(腹心)’이 마주 앉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만난 것.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에서다.

우리 측에서는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이 수석대표로 나섰고 윤 실장과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 신용욱 청와대 경호처장이 참석했다. 당초 우리 측 수석대표는 조 비서관이 맡을 예정이었으나 북측의 요청에 따라 김 차장으로 격상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쪽에서 이번 실무회담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자는 취지에서 ‘격을 높여서 이야기하자’고 요청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북측은 수석대표를 맡은 김 부장을 비롯해 6명이 회담장에 등장했다. 권 춘추관장은 “북측에서 신원철, 리현, 로경철, 김철규, 마원춘 대표가 참석했다”며 “의전, 경호 등의 실무자들이며 직책은 ‘대표’로 통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 재정경리부 부부장 및 국방위 설계국장을 지낸 마원춘은 김정은이 집권하기 전부터 밀착 수행하며 마식령스키장과 문수물놀이장 등 김정은의 주력 건설사업을 실무 지휘한 인물이다. 북한 정상의 첫 남한 방문을 앞두고 정상회담 장소인 평화의 집 구조 등을 확인하기 위해 마원춘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통일전선부 실장인 리현은 2월 특사단 방북 당시 기내에서 특사단을 영접했고, 지난해 4월 육군 상장으로 진급한 김철규는 경호를 맡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무회담 대표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윤 실장과 김 부장이다. 정계 입문 때부터 문 대통령을 보좌한 윤 실장은 2월 특사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다녀왔고, 1일과 3일 열린 우리 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위해 재차 방북했다. 4일 예술단과 함께 귀국한 윤 실장은 하루 만에 다시 북측 인사들을 만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외 행보를 자제했던 윤 실장은 올해 펼쳐진 남북 대화 국면에서는 빠짐없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임기 끝까지 함께할 대표적인 인물”이라며 “남북 교류가 임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일찌감치 윤 실장을 대북 접촉에 포함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서기실장(비서실장 격) 출신인 김 부장 역시 ‘김씨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최측근이다. 김 부장은 2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수행해 방남했고, 방북 특사단과 김정은의 만찬에도 배석했다. 김 부장의 정확한 직함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는데, 북측은 이날 ‘국무위원회 부장’이라는 생소한 직함으로 공개했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4시간 동안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의 의전·경호·보도 관련 실무 논의를 진행했다. 남북은 의전, 경호 등에 대한 각자의 안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내부 검토 뒤 2차 실무회담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TV를 통해 방송된 방북 예술단 평양공연 중계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배포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공연에 참석한 북한 지도부 영상이 이른바 ‘짤방’ 형태로 희화화돼 유통되는 것을 우려한 북한 측의 요청에 따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SNS에 유통되면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내 출연진과 북한의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조선중앙TV는 첫 공연이 있은 지 닷새가 지난 이날까지 공연 실황을 방송하지 않고 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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