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인근 별장 카스텔 간돌포를 떠나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도중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마=AP 뉴시스
레오 14세 교황이 16일(현지시간) 전쟁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지도자들을 겨냥해 “‘한 줌의 폭군들(a handful of tyrants)’에 의해 전 세계가 유린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황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지 며칠 만에 나온 강경한 발언이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레오14세와 트럼프 대통령의 설전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며 갈등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레오 14세는 카메룬 밤엔다의 성 요셉 성당에서 열린 집회에서 “전쟁의 달인들은 파괴는 한순간이지만 재건에는 평생이 걸린다는 사실을 외면한다”며 “살상에는 막대한 돈을 쓰면서 치유와 교육에 필요한 자원은 어디에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종교와 하나님의 이름을 자신들의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자들에게는 화가 있을 것”이라며 “세계가 소수의 폭군에 의해 파괴되고 있지만, 수많은 형제자매들의 지지 덕분에 하나로 뭉쳐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이란전 문제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와 벌여온 갈등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미국 출신 첫 교황인 레오 14세는 10일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으며, 그런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비난한 바 있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예수의 이름으로 더 효과적인 전쟁을 기도한 데 따른 반박이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레오14세를 향해 “범죄 문제에 나약하고 외교 정책에선 형편없다”라고 직격했다.
당시 가톨릭 신자인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레오 14세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밴스 부통령은 14일 조지아주에서 열린 보수단체 ‘터닝포인트USA’행사에서 “미국 부통령이 공공정책에 대해 발언할 때 신중해야 하듯 교황도 신학적 문제를 언급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레오 14세는 전쟁 반대 메시지를 계속 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13일 알제리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을 만나 ”나는 정치인이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과 논쟁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그가 두렵지 않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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