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국내 ‘北공작원 거점’ 선양 칠보산호텔 폐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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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北기업 퇴출시한… 현지 르포

북-중 접경지대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의 북한 호텔 칠보산호텔이 전격 폐쇄되는 순간을 동아일보가 포착했다. 중국인 직원이 9일 낮 
12시 반경(현지 시간) 정문에 영업 중단 공고문을 붙인 뒤 이 공고문의 사진을 찍고 있다. 선양=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북-중 접경지대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의 북한 호텔 칠보산호텔이 전격 폐쇄되는 순간을 동아일보가 포착했다. 중국인 직원이 9일 낮 12시 반경(현지 시간) 정문에 영업 중단 공고문을 붙인 뒤 이 공고문의 사진을 찍고 있다. 선양=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이제 우리가 핵을 쥐었으니까 (미국과) 동급으로 (대화에) 나서야지. 문재인이 말이야. 계속 우리와 대화하자고 해서(했는데) 그간 안 했지. (이제 우리가) 핵을 쥐었으니 너네(한국) 나와라 해서 나온 거지.”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 9일 오전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에서 만난 북한인 무역상은 이렇게 주장했다. 관리자로 보이는 이 중년 남성은 “이따금씩 (단둥으로) 무역을 위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한국이 대화에 나선 것은 “트럼프의 미국이 승인해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단둥시 해관(세관) 통관 구역에서 만난 북한인 중년 남성 역시 “(북한에서) 보도가 다 나왔다”며 회담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가) 좋게 될 것”이라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이날 북한으로 돌아가는 여성 근로자들을 관리하는 책임자로 보였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던 이날 낮 12시 반경(현지 시간) 랴오닝성 선양(瀋陽)시의 북한 호텔 칠보산호텔이 전격 폐쇄되는 장면이 동아일보 취재진에 포착됐다. 이 호텔은 북한 공작원들의 거점으로도 알려진 중국 내 대표적인 북한 호텔이다. 북한은 이 호텔의 지분을 2016년 중국 당국에 체포된 마샤오훙(馬曉紅)이 회장으로 있는 단둥훙샹(鴻祥)그룹과 나눠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 호텔 측 중국인 관계자들은 호텔 정문에 폐쇄 공고문을 붙이고 있었다. 공고문에는 ‘칠보산호텔은 선양시 공상행정관리국의 ‘책임 있는 폐쇄 명령 통지서’ 요구에 따라 오늘(9일)부터 공식 폐쇄를 결정했다. 호텔의 모든 경영활동을 중단한다”고 적혀 있었다. 호텔 간판은 이미 떼어져 있었다. 호텔 프런트에 들어서자 중국인 직원들은 “북한 직원들은 이미 호텔을 떠나 없다”면서도 “아직 북한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9일은 중국이 북-중 합작기업을 비롯해 중국 내 북한 투자기업들에 명령한 폐쇄 시한이다. 이날 찾아간 선양의 북한 식당 동명관은 내부가 어두컴컴했다. 영업 중단 여부를 묻자 북한 여종업원은 “영원히 운영합니다”라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이날 전화를 걸어 중국어로 ‘예약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영업을 중단해 다시 영업하지 않는다”고 다르게 대답했다. 하루 전인 8일 오후 5시경 찾은 단둥의 북한 식당 류경식당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날이 저물지도 않았는데 식당 내부는 컴컴했다. 컴컴한 계산대에 앉아 있던 남녀 중국인 직원은 폐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처음에 손사래를 치며 나오지 않다가 유리문 사이로 슬쩍 고개를 내밀고는 “문을 닫았다. 내일도 영업 안 한다”고 답했다.


선양 최대 규모의 북한 식당인 평양관은 폐쇄 시한인 9일에도 문 앞에서 한복을 입은 북한 여종업원들이 손님을 맞으며 여전히 영업 중이었다. 단둥 류경식당 바로 길 건너 평양고려식당 역시 8일 밤 붉은색 간판을 밝게 밝힌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종업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주문을 받았고 모여서 잡담을 하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식당 내부에 성탄 트리와 미키마우스 장식이 있어 북한 식당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북한 여종업원에게 ‘여기 조선(북한) 소유 아니냐’고 물으니 “맞다”면서도 “영업을 계속한다”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이미 중국 국적인 조선족에게 명의를 옮긴 상태”라고 전했다.

선양·단둥=윤완준 zeitung@donga.com / 선양=정동연 특파원
#대북제재#칠보산호텔#폐쇄#북한#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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