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경력 공무원호봉 인정 백지화

  • 동아일보

“불공정하다” 비판 여론 거세자… 인사혁신처, 개정안서 빼기로

인사혁신처는 시민사회단체 상근(常勤) 경력을 공무원 호봉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8일 결정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시민사회단체 활동 경력을 동일 분야는 100% 이내, 동일하지 않은 분야는 70% 이내로 호봉을 인정하는 내용을 뺀 ‘공무원보수규정(시행령) 개정안’을 9일 다시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보도자료에서 “(시민사회단체 근무 경력의 호봉 인정) 내용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의견이 제기돼 더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해 이번 개정안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무회의에는 16일 상정된다.

이에 앞서 인사혁신처는 5일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에 따라 등록된 시민사회단체의 상근(급여를 받으며 하루 8시간 이상 근무) 경력은 동일하지 않은 업무라도 최대 70% 호봉에 반영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인사혁신처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애쓴 경력도 공직에서 인정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입법예고 이후 공무원 사회뿐만 아니라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 사이에서까지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민간에서 동일 업무 경력을 보유했지만 제대로 호봉을 인정받지 못한 경력직 공무원들의 반발도 컸다. “동일한 민간 경력이 호봉에 100% 반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동일하지 않은 영역의 시민사회단체 경력도 폭넓게 인정해 준다는 것 때문에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사실 2012년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변호사 같은 자격증이나 박사학위 소지자 가운데 동일 전문 분야만 호봉을 인정하다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해서도 동일한 업무에 대해 호봉을 인정해 왔다.

공직사회 비공개 커뮤니티에는 8일 “1997년 외환위기 때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고도 2년간 임용되지 못했는데 이것은 경력으로 안 쳐주나” “이러다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민단체 경력자를 위한 조례도 제정될 것”이라는 불만과 비아냥거림이 쏟아졌다. 공무원시험 수험생 사이트에도 “시민단체에 우선 등록하고 보자” “노력해 자격증 따고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허무감을 주고 사회적 신뢰를 깬다”는 냉소적 반응이 나왔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다양한 민간 경험을 높게 평가해 전문가의 공직 진출을 유도하자는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 일각에서는 공무원 경력 채용이 점점 늘고 있는 데다 현 정부 들어 고위 공직에 시민단체 출신이 상대적으로 손쉽게 자리 잡는 모습에 불만이 쌓여 오던 공무원 사회에 이번 개정안이 도화선에 불을 댕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인사혁신처#공무원호봉#시민단체#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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