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에 대표직 건 안철수… 반대파들 의총서 “安 끌고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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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어디서 배운 정치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와 
관련해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장에 안 대표가
 나오지 않자 정동영 의원(오른쪽 사진 앞줄 왼쪽)이 손가락질을 하며 대표 참석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통합 찬반 측은 서로에게
 고성을 지르며 거칠게 대립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정동영 “어디서 배운 정치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와 관련해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장에 안 대표가 나오지 않자 정동영 의원(오른쪽 사진 앞줄 왼쪽)이 손가락질을 하며 대표 참석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통합 찬반 측은 서로에게 고성을 지르며 거칠게 대립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全) 당원 투표로 당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 투표로 통합 찬성 의사가 확인되면 단호하고 신속하게 통합 절차를 밟겠다”고 전격 제안했다. 사분오열된 당내 상황에 마침표를 찍고, 통합 의지를 관철하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 “통합 투표에 대표 직위 걸겠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15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당내 혼란을 조속히 정리하고 마음을 모아야 할 때다. 저는 결연한 각오로 당 대표 직위와 권한을 모두 걸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 당원의 의견을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통합 찬성 의사가 나면 신속하게 통합 절차를 밟고 새로운 당의 성공과 인물 수혈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원의 뜻이 통합 반대로 확인되면 그 또한 천근의 무게로 받아들여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안 대표의 측근은 ‘백의종군’에 대해 “안 대표 본인의 이익을 위해 통합하려는 게 아니라 당을 위한 것이라면 대표직 사퇴와 서울시장 또는 재·보선 출마까지 다 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호남 중진을 강하게 비판하는 말도 나왔다. 안 대표는 “일부 중진 의원은 근거를 알 수 없는 호남 여론을 앞세워 통합 반대, 대표 재신임을 요구했다. 당원과 지지자들의 절박한 뜻을 왜곡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당이 미래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서서 여전히 자신의 정치 이득에 매달리려는 사람은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는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의 사전 교감 여부에 대해선 “이 내용에 대해서는 이야기 나누지 못했다”고 말했다. 21일 귀국하는 손학규 상임고문의 역할론에 대해선 “귀국하면 상의해 보겠다”고 했다.

○ 의원총회장 찬반 대립 아수라장

이날 오후 2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는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가 맞붙어 아수라장이 됐다. 오전 긴급 기자회견으로 ‘선전포고’를 한 안 대표가 의원총회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 발단이 됐다. 정동영 의원은 “의원총회를 소집해 놓고 알박기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어디 있느냐. 어디서 배운 정치냐. 뭐가 무서워서 못 나오느냐. 그 정도 ‘간땡이’로 당 대표를 하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유성엽 의원이 “끌고라도 와야 한다. 이런 비겁한 경우가 어딨냐”고 하자 송기석 대표비서실장이 “말씀 좀 가려서 하라. 짐승도 아니고 어떻게”라며 맞받았다. 권은희 의원도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느냐”고 소리쳤고 유 의원은 “똑바로 해”라고 되받았다.

3시간가량의 의총 후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전 당원 투표 즉각 중지, 호남권 의원에 대한 비난 사과, 당 대표직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의총 ‘의결’ 여부를 놓고는 대변인들마저도 다른 입장을 발표했다. 양측은 “반말하지 마” “정말 콩가루 집안이다” 등의 고성을 주고받았다. 결국 김동철 원내대표가 “의결보다는 ‘총의’를 모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중재했다.

박지원 의원은 뒤늦게 의원총회장에 들어서며 “오늘이 안 대표의 이 구상유취한 정치 행태를 확인해준 날이다”라고 비난했다. 호남 일부 시도의원들은 이미 탈당계를 작성한 상태에서 의원들에게도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합을 추진하면 탈당하겠다. ‘군사 없는 장수’가 어디 있느냐. 그게 바닥의 정서이니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 전 당원 투표 하면 부결 가능성은 낮지만…

전 당원 투표가 실시되면 부결 가능성은 낮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호남 의원들은 일찍부터 “(통합 여부는) 전 당원 투표가 아니라 전당대회 결정 사안”이라고 주장해 왔다. 국민의당 당헌당규에는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를 거친 뒤 ‘전당대회’에서 통합 안건을 의결하도록 규정돼 있다. 동시에 당헌에는 당무위원회가 의결해 회부한 안건은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전 당원 투표도 가능하다. 안 대표는 “지금 하는 것은 당 대표 재신임 투표”라며 “재신임이 통과되면 전당대회를 통해 정식으로 합당하겠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전 당원 투표 추진을 위한 당무위를 21일 소집하며 ‘속전속결’ 의지를 확실히 했다. 안 대표 측은 당무위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27,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케이보팅 온라인투표와 29, 30일 ARS 투표를 거쳐 31일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반대파들이 물리적으로 반발할 경우 당무위 의결 자체가 무산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 거취 고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속도를 내면서 ‘보수 통합’에 방점을 찍어 왔던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바른정당은 현재 국민의당의 내부 갈등이 정리되는 대로 양당 간 ‘당 대 당 통합’에 착수하자는 데 뜻을 모은 상태다. 반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움직임은 사실상 중단돼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본격화되면 ‘한국당과의 선(先)통합파’는 이르면 연내 바른정당을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김세연 이학재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석 jks@donga.com·홍수영 기자
#안철수#바른정당#국민의당#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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