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꿇고 호소 얼마됐다고… 헌신짝 된 ‘바른 보수’ 약속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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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9명 탈당 “한국당 복귀”

“바른정당 떠납니다” 김무성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바른정당 의원 8명이 6일 국회에서 탈당 
선언을 한 뒤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탈당 의사를 밝혀 
탈당 의원은 총 9명이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바른정당 떠납니다” 김무성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바른정당 의원 8명이 6일 국회에서 탈당 선언을 한 뒤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탈당 의사를 밝혀 탈당 의원은 총 9명이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지난해 12월 27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탈당하며 “진짜 보수 세력을 모아 보수의 적통을 이어가겠다”던 개혁 보수의 실험이 10개월여 만에 사실상 좌초됐다. 개혁 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출항한 바른정당이 6일 의원 9명의 탈당과 한국당 복당 선언으로 끝내 분당(分黨)으로 치달았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의원 13명이 집단 탈당한 데 이어 이날 2차 분열을 겪으며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마저 잃게 됐다.

한국당과의 재결합을 추진해 온 김무성 강길부 주호영 김용태 김영우 이종구 황영철 정양석 홍철호 의원 등 9명은 기자회견에서 “바른정당을 떠나 보수대통합의 길로 먼저 가겠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창당의 주역인 김무성 의원은 “바른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로 창당해 대선에 도전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북핵 위기 대응과 포퓰리즘을 바로잡아 달라는 보수층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남아 있는 의원 11명도 선도 탈당 행렬에선 빠졌지만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의원은 “지역민을 만나 보면 여당일 때는 보수 혁신에 방점을 찍었지만 야당일 때는 여당 견제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의원실로도 “(한국당과) 통합하라”는 전화가 쏟아진다고 했다. 다른 의원은 “전날 작별 의원총회 이후 당 대표에 출마한 유승민 하태경 의원 등 5명 안팎을 빼면 다들 마음에 탈당과 잔류가 반반(半半)씩”이라고 말했다.


13일 열리는 바른정당 전당대회도 ‘반쪽짜리’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강파로 분류됐던 박인숙 정운천 의원은 당 대표 후보직을 사퇴했다. 파국을 막자며 “일단 전당대회를 연기하자”고 마지막으로 호소한 것이다. 하지만 직후 탈당파는 탈당 선언으로, 유 의원 등 다른 후보 4명은 전당대회 유지 회견으로 각각 ‘고(go)’를 택했다. 초대 대표를 지낸 정병국 의원과 유 의원은 동요하는 의원들과 함께 오찬과 만찬을 하며 수습에 나섰다.

당 안팎에서는 탈당파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보수 대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결국 생존을 위한 선택을 했다는 얘기다. 한 의원은 “무릎 꿇고 국민에게 사과한 지 1년도 채 안 됐는데 개혁 보수의 명분을 헌신짝처럼 던진 이들이 한국당에 돌아가 보수를 개혁하겠다는 말을 누가 믿겠느냐”고 말했다.

탈당한 의원 9명의 복당 절차가 완료되면 한국당은 116석으로 늘어난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한국당이 원내 1당을 탈환할지에 쏠리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는 121석이다. 한국당은 4명 이상이 추가로 합류하면 여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을 수 있는 국회선진화법 저지선(120석)을 확보하게 된다. 탈당 규모가 15명까지 늘어나면 한국당은 122석으로 후반기 국회의장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호 1번’까지 노릴 수 있다.

그러나 보수 야당이 재결합해도 과반 의석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오히려 여권의 견제 심리가 발동하면서 추가 정계개편을 몰고 올 가능성도 높다. 당장 국민의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바른정당과 연대 의지를 보여 온 안철수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을 비판하며 탄핵을 주도하고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시작한 정당이지 않느냐.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호남 출신인 박지원 의원은 “한국당 중심의 보수 세력이 뭉친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정 개혁벨트 구성을 하지 않으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바른정당#보수#자유한국당#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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