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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김한솔 제3국 탈출과정, 수차례 방해시도 있었다”

입력 2017-10-03 03:00업데이트 2017-12-0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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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 민방위’ WSJ에 뒷얘기 공개
올해 2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당한 뒤 아들 김한솔(사진) 등 가족들이 대만을 거쳐 현재 은신 중인 제3국으로 피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신을 도운 탈북지원단체 ‘천리마 민방위(CCD)’ 관계자는 1일(현지 시간) 보도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긴박했던 대만 공항에서의 30시간 등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WSJ에 따르면 김정남 암살 사건 당시 마카오에 살고 있던 김한솔은 자신이 다음 암살 타깃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CCD 측에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 이어 영화를 방불케 하는 도피 작전이 시작됐다. 마카오로 추정되는 출발지에서 제3국으로 행선지를 택한 일행은 대만 공항을 경유했다. 김정남의 둘째 부인 이혜경 씨와 김한솔, 솔희 남매는 최종 목적지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입국사증(비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고, 긴장 속에서 30여 시간 동안 타이베이 공항에 머물렀다. CCD 측은 왜 30시간 넘게 타이베이에 발이 묶여 있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김한솔의 피신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다”고 주장해 북한 측의 외교적 방해 공작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CCD는 이들의 도피 과정에서 몇몇 국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캐나다 등이 신변 보호 요청을 거부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공개했다. WSJ는 캐나다 사정에 정통한 취재원을 인용해 “캐나다가 이 요청을 거부한 것은 북한에 억류됐다 8월에 풀려난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캐나다 정부는 임 목사를 석방시키기 위해 북한 당국과 물밑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이 상황에서 김한솔의 도피를 돕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캐나다 측은 이에 대해 “임 목사의 석방은 우리 외교와 협상의 결과”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CCD는 김한솔의 비자 문제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도 도움을 준 나라들이 있었다며 미국 중국 네덜란드를 언급했다. 앞서 CCD는 3월 김한솔이 안전한 곳에 도착했다고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면서 “긴급한 시기에 한 가족의 인도적 대피를 후원한 네덜란드 중국 미국 정부와 ‘한 익명의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WSJ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 문의했지만, 중국은 “관련 정보가 없다”고 답했고 미국과 네덜란드는 답변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한 익명의 정부’는 이번에도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 김한솔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CCD 측은 “구체적인 탈출 경로와 최종 정착지 등은 밝힐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김한솔의 신변 안전에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마카오와 유럽 등 해외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김한솔은 자신의 작은아버지 김정은을 독재자라고 부르는 등 북한 정권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그는 보스니아 국제학교 재학 시절인 2012년 핀란드 TV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어떻게 김정일의 후계자가 됐느냐’는 질문에 “그(김정은)가 어떻게 독재자가 됐는지 모르겠다”며 김정은을 ‘독재자’로 칭했다. 또 “언젠가 북한에 돌아가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고 싶다”는 발언도 했다.

‘백두혈통’의 일원인 김한솔이 늘어놓는 북한에 대한 비판은 김정은 정권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우드로윌슨센터의 패트릭 매커천 연구원은 “김정은은 리더십 확보를 위해 자신의 혈통을 강조해 왔고, 이 과정에서 위협이 되는 가족 구성원들은 배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치명적인 신경작용제(VX)를 김정남의 얼굴에 발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외국인 여성 2명은 2일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에서 범행 8개월 만에 열린 첫 재판에 출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피고인인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인 도안티흐엉(25)은 몰래 카메라 쇼를 위해 짓궂은 장난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을 뿐 김정남을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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