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가상화폐 통한 자금조달-대출 전면금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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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연내 개정안 통과
개인들에 자금 모아 가상화폐 발행… “조달과정서 사기위험 커” 판단
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제재
업계 “해외로 법인 옮기면 못막아”

이르면 올해 안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통한 기업들의 투자금 모집이 전면 금지된다. 또 가상화폐를 사기 위해 업자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신용거래도 어려워진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정부가 이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9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모든 형태의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조달(ICO·Initial Coin Offering)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런 내용이 담긴 유사수신행위규제법 개정안을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마련할 방침이다.

최근 해외에서 새로운 투자 유치 방식으로 떠오른 ICO는 주식시장에서 자본금을 모집하는 기업공개(IPO)를 본뜬 것이다. 기업이 자신들이 만든 새로운 가상화폐(토큰)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나눠주고, 대신 현금이나 기존 가상화폐(비트코인 또는 이더리움)의 형태로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최근 한 핀테크 업체가 ICO를 통해 10시간도 안 돼 2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규제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ICO가 투기에 가깝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ICO로 자금을 모집하려는 업체는 자신들이 발행하는 가상화폐의 특징과 수익률 전망 등이 담긴 백서(white paper)를 발간하지만 일반인들은 이를 해석하기가 어렵다. 가상화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 가상화폐에 유명 개발자가 참여했다고 소문이 나면 바로 투자가 몰린다. 기업 투자와 다르게 지명도만 보고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ICO 과정에서 투자 자금을 받고 잠적하는 등의 사기 범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앞서 중국 금융당국도 ICO를 금융사기 등 불법 공모 행위로 규정하고 이달 초 규제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소비자가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업자로부터 가상화폐를 사고팔기 위한 자금을 현금이나 가상화폐로 빌리는 ‘코인 마진거래’도 금지할 방침이다. 이 같은 거래 방식은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를 조장하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다. 정부는 최근 가상화폐 투자자의 개인정보와 거래 내용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 규제 대책도 발표한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핀테크 등 신산업 육성과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한 가상화폐 업체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국가 간 경계가 없기 때문에 법인만 홍콩 등 다른 나라에 등록하면 자금을 모을 수 있다”며 “현재 발행돼 있는 가상화폐만 1000개가 넘는 만큼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 열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가상화폐#전면금지#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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