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팔짱’만 끼고 끝난 추미애-홍준표 상견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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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표 첫 회동 5분만에 종료
사법연수원 14기 동기 인연
추미애 “파트너 생겨… 숙제 해결 기대” 홍준표 “덕담 의미 새겨듣도록 하겠다”
홍준표, 국민의당-바른정당은 안 찾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4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로 취임 인사를 온 자유한국당 홍준표 신임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협치를 잘하자’는 의미로 팔짱을 낀 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은 추 대표 비서실장인 김정우 의원, 오른쪽은 
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4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로 취임 인사를 온 자유한국당 홍준표 신임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협치를 잘하자’는 의미로 팔짱을 낀 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은 추 대표 비서실장인 김정우 의원, 오른쪽은 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여야 대표의 첫 상견례는 단 5분 만에 끝났다. 긴밀한 논의를 위한 ‘비공개 대화’도 없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4일 취임 인사차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추 대표는 “새 정부가 들어서고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기다렸다”라며 “정치적 파트너가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 어려운 숙제들을 풀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여야가 협조를 해서 나랏일을 잘 풀어갔으면 좋겠다”라며 “덕담해 주시는 의미를 새겨듣도록 하겠다”고 짧은 답변을 건넸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시종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14기 동기로 추 대표는 판사, 홍 대표는 검사로서 법조인의 길을 나란히 걸었다. 추 대표는 대선을 앞둔 5월 1일 경북 포항 유세에서 “홍준표 후보는 사법연수원 14기 2반 동기이고 같은 반에서 수업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그러나 정치적 행보는 입문부터 달랐다. 1996년 15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할 때 추 대표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키즈’, 홍 대표는 ‘YS(김영삼 전 대통령) 키즈’로 불렸다. 이제는 여당 대표와 제1야당 대표로 만났다.

추 대표는 회동이 끝날 무렵 “협치를 국민들 앞에 약속한다는 의미”라며 홍 대표의 팔짱을 끼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추 대표 입장에서 대선 이후 ‘대통령의 시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파트너가 생겨 존재감을 드러낼 여지가 생겼다”라며 “홍 대표와 팔짱을 낀 것도 이런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당 관계자는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났기 때문에 민주당 측에서 비공개로 전환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찍고 마무리하는 분위기가 돼서 퇴장을 했다”고 밝혔다. 첫 만남부터 ‘엇박자’를 낸 셈이다.

홍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는 취임 인사를 가지 않았다. 한국당과 민주당의 ‘양당 구도’를 만들겠다는 홍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그동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대해 각각 민주당과 한국당에 “흡수될 정당”이라고 말해 왔다. 이에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분명히 못 박지만 한국당과 지방선거 전 통합은 없다”라며 “누가 보수의 본진이 될 것인지 노선 경쟁, 혁신 경쟁이 있을 뿐”이라고 반발했다.

홍 대표는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경남도지사 시절 정무특보를 지낸 측근인 이종혁 전 의원을 임명했다. 새 지도부에 당의 주요 지역 기반인 PK(부산경남) 출신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부산 부산진을이 지역구인 이 전 의원을 임명해 지역 안배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친박(친박근혜) 체제가 끝나고 계파가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친홍(친홍준표) 체제’를 만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홍 대표는 이번 주 안으로 주요 당직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대표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즐풍목우(櫛風沐雨·긴 세월 동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 고생한다)’라고 적으며 당 혁신 의지를 거듭 밝혔다.

송찬욱 song@donga.com·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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