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채용 할당제는 ‘노무현 정부 혁신도시 살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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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전면실시]문재인 대통령, 수도권 집중 완화 의지
지방 취준생들 “脫스펙 채용 환영” 서울지역 대학생은 “역차별 우려”

“또 한 가지, 혁신도시 사업으로 지역으로 이전된 공공기관들이 신규 채용할 때는 지역인재를 적어도 30% 이상은 채용하도록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운영했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블라인드 채용’뿐만 아니라 지역인재 할당제에 강한 의미를 드러낸 것이다.

지역인재 할당제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사항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관심 갖고 노력하는 공공기관은 20%대를 넘어선 곳도 있고, 관심이 덜한 공공기관의 경우 아직 10%도 안 될 정도로 지역마다 편차가 심하다”고 말했다. 이를 일괄적으로 30%까지 끌어올려 달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주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역인재 할당을 강조한 것은 노무현 정부의 유산인 혁신도시의 정착과 확산에 가장 빠른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지역인재 채용→지역 경제 활성화→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장기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역대학 졸업생들도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오는 게 현실”이라며 “지역인재 할당제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지역인재 할당제를 두고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혁신도시, 진정한 국가 균형발전사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남 나주로 이전한 한국전력, 경남 진주로 옮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주요 공공기업들은 당장 올해 신규 채용부터 각 지역 대학 출신 인사들을 대거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취업준비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지방대 출신들은 대개 환영했다. 경북 경산시 영남대 출신 김모 씨(28)는 “서류전형에서 떨어지는 게 다반사였다, 면접자들이 학력을 보고 실망하는 표정을 지을 때면 울고 싶었다”며 블라인드 채용을 반겼다. 스펙을 쌓느라 시간을 보내는 대신 직업 실무와 연계된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는 반응도 많았다.

반면 서울지역 대학 출신들은 지역인재 할당제에 대해 ‘인(in)서울 대학 역차별’ 우려를 제기했다. ‘학력 배제로 불평등을 없앤다면서 지방대 졸업생들을 우대하는 ‘30% 할당’은 앞뒤가 맞지 않는 특혜라는 주장이다. 부산에 사는 이모 씨(54·여)는 “아들이 열심히 공부해 서울 명문대에 들어갔는데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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