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웜비어 살해” 美 들끓는 분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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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서 혼수상태 송환 6일만에 사망
트럼프 “잔인한 정권에 희생”… 고향 환영 리본이 애도 상징으로
가족들 “슬픈 여행 끝냈다”

北아이들과 밝게 웃던 청년을… 19일(현지 시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실선 안)의 북한 
여행 당시 모습(위쪽 사진). 현지 주민, 동료 여행객과 함께 눈뭉치를 만들어 던지며 즐거워하고 있다. 웜비어는 2016년 1월 
북한에 적대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억류됐고 같은 해 3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6월 13일 북한 억류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고향 신시내티에 돌아왔다. 사진 출처 워싱턴포스트·신시내티=AP 뉴시스
北아이들과 밝게 웃던 청년을… 19일(현지 시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실선 안)의 북한 여행 당시 모습(위쪽 사진). 현지 주민, 동료 여행객과 함께 눈뭉치를 만들어 던지며 즐거워하고 있다. 웜비어는 2016년 1월 북한에 적대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억류됐고 같은 해 3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6월 13일 북한 억류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고향 신시내티에 돌아왔다. 사진 출처 워싱턴포스트·신시내티=AP 뉴시스
고향 땅에 돌아와 6일 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변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3)의 마을은 슬픔에 젖어 있었다. 가로수 곳곳엔 그의 귀환을 환영하며 마을 사람들이 정성스레 단 수백 개의 청백(靑白) 리본이 펄럭였지만 이미 주인을 잃은 뒤였다. 청백색은 그가 졸업한 와이오밍고교의 상징색이다. 마을 상점 유리창엔 고인을 향한 추모 메모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지역 주민 폴 솔리레트 씨는 19일(현지 시간) 지역 방송사 인터뷰에서 “그를 환영하기 위해 만든 리본이 이제 애도의 상징이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1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 이달 13일 의식불명 상태로 고향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로 귀환했던 웜비어가 19일 결국 사망했다. 가족은 성명을 내고 “병원에서 치료받던 웜비어가 이날 오후 3시 20분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어 “아들이 집으로의 완전한 여행을 끝냈다고 발표하는 것은 우리의 슬픈 의무”라며 “아들이 북한의 손아귀에서 받은 끔찍한 고문과 같은 학대는 우리가 오늘 경험한 슬픈 일 외에 어떤 다른 결과도 낳을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웜비어 사망 소식을 보고받자마자 성명을 내고 “잔인한 북한 정권의 가장 최근 희생자를 우리 모두가 애도한다”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심도 없는 그런 정권의 손에서 빚어지는 비극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웜비어는 김정은 정권에 의해 살해당했다”며 “미국은 잔인무도한 권력들에 의해 미국민이 살해당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고 용납해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도 “웜비어처럼 북한의 잔혹한 정권 아래 피해를 입는 주민이 수십만 명”이라며 미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 내 반북 여론이 급속하게 높아지는 것은 정부의 대북 대화 정책 추진에 유리하지 않은 환경이다. 2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첫 미중 외교안보대화와 29일 워싱턴에서 시작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웜비어 사태가 주요 화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신시내티=박정훈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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